한국일보

김치죽

2012-04-10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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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앤 워싱턴 문인회

펄펄 끓는 죽을 솥단지 채로
방안에 들여놓고
올망졸망 둘러앉은 춥고 배고픈 밥상
대접에 넘치듯 퍼주던
어머니의 김치죽

독감으로 며칠째 고열이 시달리면서
하필이면 지금 간절히도 먹고 싶은
김치죽 생각에
엉금엉금 일어나다가 기진해 쓰러졌다

얘야, 얘야 어여 일어나 죽을 끓여야지
아득히 엄마의 음성 들은 듯한데
수도 틀어 물 받고, 가스 불 켜고
김치 서너 쪽에 찬밥 한 덩이 넣으라고
누가 나를 데리고 다닌 듯한데
그건 꿈에서였을까

불덩이 같은 이마가 식고
말갛게 정신이 살아나자 눈에 들어 온
아직도 온기 남아있는
머리맡 죽 한 그릇

아, 엄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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