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은 이민우(13) 군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됐다. 이날 이군은 약 800명의 관객이 모인 학교 강당에서 뮤지컬 ‘더 위즈(The Wiz)’의 마법사 역할을 맡아 독창을 세 곡이나 불렀고, 긴 시간 동안 약 40%에 달하는 분량을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이군이 연기한 장면 중에는 함께 출연한 조연들을 조종하는 장면도 있어 그의 말 한마디에 60여명의 연기자들이 오른쪽과 왼쪽을 왔다갔다 거렸다.
주연급 연기자로는 유일한 아시아인. 그의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이군이 고맙고 또 대견스러웠다. 이군은 3개월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롱아일랜드 이스트 노스포트 소재 엘우드 중학교 8학년에 재학 중인 이군이 ‘더 위즈’에 출연한 건 학교에서 진행한 오디션에 참가하면서부터. ‘더 위즈’는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를 뮤지컬 무대용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1975년 브로드웨이에 올라 뮤지컬 분야에서 권위가 높은 토니상을 7개나 수상하기도 했다. 엠우드 중학교는 이군 등이 출연한 ‘더 위즈’ 공연을 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처음엔 이군을 비롯한 가족들은 ‘더 위즈’를 단순한 학교행사로만 생각했다. 부모님도 학예회급 행사를 생각했을 정도다. 그러나 학교의 지원이 심상치 않았다. 수준급의 외부 강사가 초빙됐고, 음향과 각종 장비 역시 프로급이었다. 결국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군이 도로시, 깡통로봇 등과 함께 주인공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군은 “1,000명 가량의 관객들 앞에 이틀 간 서야한다고 생각하니 연습이 절로 됐다”고 말했다.
공연 당일 이군은 관객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실수 한 번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무대를 꾸몄다고 했다. 특히 노래의 비중이 큰 뮤지컬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군은 평소에도 학교에서 하는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현재 이군은 학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활동, 그리고 레슬링, 테니스, 풋볼 팀에 소속돼 있다. 또 지난해부터 다른 학생들의 상담을 맡는 ‘내추럴 헬퍼’에 선출돼 어깨가 무겁다. 이군은 매일 오전 7시께 등교해서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아직까지 학원에는 다녀본 적이 없다.
이군은 “학교의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난 것 같다”며 “학교는 이처럼 공부 외에도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추억을 쌓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군의 꿈은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의 꿈이 있냐는 질문에는 “다음 번에 비슷한 기회가 있으면 또 참여하고 싶지만 평생 직업으로 삼기에는 자신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오디션 기회가 있으면 참가해보고 싶다고. 이군은 빅뱅, 수퍼주니어, 소녀시대 등 케이팝(K-Pop) 가수들을 좋아한다. 이군이 제일 자신있는 과목은 수학, GPA는 3.6이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