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교육칼럼/ 자폐아 양육기 ⑮ 세계 자폐인의 날

2012-04-09 (월)
크게 작게
변성희(뉴커머스 고교 교사)

세계 자폐인의 날인 4월2일을 맞아 필자는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작은 일을 벌였다.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옹호 전문기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지닌 ‘아티즘 스픽스(Autism Speaks)’의 ‘파란불을 켜요(Light it Up Blue)’라는 글로벌 자폐인식 캠페인을 필자의 학급 학생들과 시작한 것이다.
봉사활동 기회를 찾고 있던 학생들에게 아들 에반이의 자폐 이야기를 꺼내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된 이 캠페인은 4월2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자폐인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을 맞아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지지를 ‘파란색’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상징성을 띄고 있는 글로벌 자폐인식 캠페인이다.

4월2일 오후 프랑스의 에펠탑,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브라질의 크라이스트 리디머,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등이 파란색 전등으로 물들게 된 것이 올해로 3년째다. 올해는 1만5,000명이 넘는 일반인도 자신의 집 앞에 파란 전등을 켜놓거나 파란색 티셔츠를 입는 등의 방식으로 캠페인에 적극 동참했다.


봉사활동 기회를 찾고 있던 학생들 대부분에게 자폐라는 장애는 생소하던 터라 에반이의 이야기를 하자 관심을 갖고 선뜻 캠페인에 동참을 희망했다. 고등학생이다 보니 친구들에게 멋지게 보이고 싶어하는 몇몇 학생들은 자폐인을 ‘덜 떨어진 사람’이란 식으로 치부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한껏 ‘쿨(Cool)’한 척을 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의외로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담담하게 넘어가는 필자의 모습을 슬금슬금 훔쳐보다가 친구들이 모두 가고 난 다음에는 쭈뼛거리면서 필자에게로 다가와 아까는 미안하다고 하고 가는 걸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캠페인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학생들은 아티즘 스픽스의 로고가 새겨진 작은 파란색 종이 조각을 25센트에 팔아서 ‘Light it Up Blue’ 공식 티셔츠를 구입해 입고 학교 전체에 자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전달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시작한 작은 아티즘 스픽스의 로고가 그려진 파란색 종이조각들은 어느덧 가득 모여 필자가 근무하는 교무실 옆의 안내판을 예쁘게 가득 채웠다.

세계 자폐인의 날인 4월2일 당일에는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한 구석이 환한 파란색으로 가득했고 그날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학교를 누비면서 친구들에게 자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필자의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교사로서 뿌듯할 뿐이었다. 필자는 세계 자폐인의 날을 주제로 유엔에서 열린 패널 토론에도 초청돼 참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글라데시의 압둘 모멘 등의 외교관과 자폐와 관련된 유명전문가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필자는 장애아를 키우는 것이 비록 힘들긴 하지만 그러한 힘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자랑스러워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그들을 만나고자 했다. 학교와 유엔을 오가는 필자의 작은 발걸음이 에반이와 같은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이끌어내는 기회로 연결되길 바라는 바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