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2012-04-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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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경전 수필가, MD

-유니 한 케네디센터 피아노 독주회에 다녀와서

나의 마음속에는 종이 3개 있다.
첫 번째는 전설에 나오는 에밀레종, 두 번째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휴고가 쓴 노틀담의 꼽추인 콰지모도가 치는 종, 그리고 세 번째가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좋아하는 리스트(Franz Liszt)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에밀레 종은 모심(母心)이고, 콰지모도가 치는 종은 비련의 종 그리고 세 번째 라 캄파넬라는 십 수 년 전 홈드라마(Home Drama)주제곡으로 너무 강한 인상을 받았기에 기억의 저변에 숨어 있다가 지난 28일 케네디 센터에서 젊고 아름다운 피아니스트의 손끝을 통해 라 캄파넬라를 다시 들으며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비약된다.
현대의 부(富)의식에 대해서 사람의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부가 아닐까 하고. 왜 인간은 어려운 예술분야에 집착하는가. 대가가 분류한 예술분야를 보면 시각적, 청각적 분야 특히 각종 악기를 활용 손끝으로 격조 높은 예술성을 표현하는 것, 끝으로 두뇌의 집합의식인 언어능력의 창작인 문학예술 등등이 있다.
어느 예술분야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가 하는 것은 본인들의 선택일 것이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예술의 가치 영역 즉 지적 식량(智的 食糧)이 많을수록 마음이 풍요로워지니 현대의 부자가 아닐까.
지난 수요일 밤 케네디 센터 테라스 극장에서 열린 젊은 피아니스트 유니 한의 가냘프고 은어(銀魚)같은 손끝이 피아노의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내는 강력한 종소리. 자기와의 투쟁에서 얻어낸 값진 승자(勝者)의 화음. 이왕이면 우리나라 끝에서 끝까지 울려 퍼지는 통일의 종소리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사람의 예술가를 키워내기 위해 불확실한 장기투자를 마다하지 않고 아낌없는 후원을 계속하는 부모들.
우리민족은 다정다감하고 예술을 가까이하며 사랑할 줄 아는 민족이다. 역사적으로 유구한 세월 속 국가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국가가 융성할 때는 예술가들의 배출이 많았던 것 같다.
근대에 와서 우리나라에도 자기 힘, 능력으로 세계정상에 오른 예술가들도 있지만은 잘사는 국가답게 앞으로의 시대는 국가적 차원에서 예술가들의 활동을 돕는 자원 확보가 아쉽다.
수요일 밤, 유니 한의 완벽한 피아노 연주를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의 긴장된 시간,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게 연주자와 혼연일체가 되어있는 청중들의 매너도 상당 수준으로 올라와 있어서 좋았고 마음의 평안과 행복감을 주는 공간이 더욱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고, 행복을 주니 지적식량을 많이 가진 현대의 부자들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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