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혼가

2012-03-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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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빈 워싱턴해군동지회회장

그날
별들도 졸고 있던 어두운 밤바다
거친 파도는 하얀 포말 되어 상갑판을 삼키고
금방이라도 적의 포탄이
침실을 파고들어
얇은 모포를 갈기갈기 찢을 것 같은 그 밤에

너는
숙희에게서 걸려온 휴대폰에 가슴을 묶어두고
하얀줄 세라복이 걸려있는 하얀 격실의 벽이
귀를 찢는 폭음을 삼켜버린 그날 밤

단말마적인 비명소리도 묻혀버린 그 자리에
그 공포의 얼굴이 보이는 듯한데
순간은 찰나처럼 스쳐가고
육중한 군함이 가운데에서 부러지는 소리가
태산같은 파도에 침묵하던 그 순간이 지나고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곱디 고운 네 영은 현충원 한 자리에서
어미의 눈물 속을 노니는데
네 몸은 칠흑같은 바닷 속 밑바닥에서
해초 속을 더듬으며
심해어와 짝을 지어 노니는구나

누가 이 일을 알고 있으랴
누가 이 일을
뉘에게 말할 수 있으리

너는 자랑스러운
네 민족 가슴 속 수병이어라
살아남은 네 동료
선배 후배 상관들
오늘도 너를 그리워하면서
네 이름을 부르고 있구나

부르는 소리는
현충원 앞마당을 밟고 지나서
산 넘고 물을건너
바다위를 헤엄쳐서
너 있는 그곳을 헤매이고 있노라

아비가
어미가
묘비명을 가슴에안고서
오늘도 네 이름을 부르노라

이 꽃피는 삼월에
한마리의 나비 되어 네 넋이라도
이나라 이겨레가 슬퍼 우는 이 봄밤에
짝을 찾는 꾀꼬리 되어
네 어미의 비어있는 가슴을
네 울음으로 적셔다오

네 넋이라도
한없이 밀려오는 알수없는 외로움에
슬픈밤을 지새는
이 애비의
텅비어있는 마음속에 안겨줄수 없겠니?


내가 부르는 네 이름 석자가
빈 허공에 메아리되어
바다위에 흘러 흘러서
서해바다 인당수
네가 노니는 그 바닷속 까지
물결을 타고서 헤어간대도
나는 네 모습을 볼수만 있다면

사랑하는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네 주검을 앞에두고
오늘도 네 이름을 부를 수 있겠노라
사랑하는 내 아들아

2012년 3월 26일
천안함폭침 2주년을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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