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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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로렌스빌 고교 11학년 박찬호 군

2012-03-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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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바리 근성 제대로 통했죠”

뉴저지 로렌스빌 고교 11학년인 박찬호(17)군은 의학과 공학을 결합해 의학치료에 도움을 주는 의공학(Biomedical Technology) 전문인이 되어 자신의 재능을 남에게 베풀며 나누는 삶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혈혈단신으로 유학와 부모의 도움 없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것을 나눠주기 위한 선진교육과 기술을 배우는데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 타고난 재능과 더불어 타의 모범이 되는 성실함으로 또래 친구들보다 조금 늦은 유학생활의 단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유학 초기에는 매일 밤 혼자 화장실에서 단어장을 펼쳐놓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을 정도로 영어를 따라 잡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매일 수업이 끝나면 교사를 찾아가 모르는 것을 묻고 이를 악물고 공부해 현재는 전 과목 A의 우수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순간순간 좌절하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부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유학의 길이었기에 후회는 전혀 없었다며 오히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다보니 시간관리 능력과 자립심이 커진 것이 짧은 유학 생활에서 얻은 또 다른 성과라며 웃었다. 의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리가 불편해 20년간 휠체어를 이용하는 외할아버지 때문이다. 휠체어에 탄 외할아버지가 오르막을 오르거나 급경사 길을 내려갈 때마다 자꾸 넘어지는 것을 보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를 보다 편리하고 유용하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
각을 하게 됐다고.


마침내 지난해 여름 교내 최대 규모의 행사인 ‘웰스 그랜트 어워드’에서 자신이 직접 개발한 특수 장치를 설치해 휠체어 넘어짐을 방지하도록 한 아이디어로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작품으로 인텔 과학경시대회 지역예선에서는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로 할 수 없었다며 겸손함까지 갖췄다. 유학 생활 초기부터 특히 공학 분야에서 지도를 아끼지 않았던 리차드 경 박사의 많은 조언이 한 몫 했다며 감사인사와 함께 공을 돌렸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봉사정신이 앞서는 것도 집안 내력이다. 가족이 모두가 항상 남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을 생활의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봉사하며 나누는 삶을 꿈꾸게 됐다는 것. 어머니 이혜민씨는 서울 청담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매년 재능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무료로 갤러리를 개방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외할아버지이자 음악가인 이인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직접 수년간 불우이웃 돕기 자선 음악회를 열고 있다. 국립의료원 내과 과장인 외할머니 김재원씨는 뇌성마비로 사망한 첫째 딸 이정화씨를 기려 정화재단을 설립해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40년 후 미래의 자신의 모습은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살던지 불우한 사람들을 위해 빛과 소금이 되는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한 가지만큼은 확실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박군은 박정서·이혜민 부부의 외아들이다.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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