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진 1년 후 일본은

2012-03-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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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에서 일어났던 지진과 쓰나미는 아직도 많은 일본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작년 3월11일 지진이 났던 그 시간에 일본에서 기차는 경적을 울리며 멈춰서고 모두 억울하게 떠나버린 영혼들을 위해 묵념했다.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소서 하며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 당시 쓰나미로 무너져 내린 폐허 더미 속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4개월 된 아기는 어느새 1년 4개월의 예쁜 여자 아이로 자라고 있다. 1년이 지났지만 폐허 속에서 눈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마다 기막힌 사연들이다. 집은 사라졌어도 주택융자금 내라는 고지서는 계속 임시 사무실에 배달되니 이것을 누구에게 호소하느냐며 생존자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한다. 집도 절도 물론 돈도 없는 그들은 정말이지 집값을 낼 능력이 없다.

수많은 사상자가 생기고 도시는 무참하게 파괴되었는데 복구는 아직 십분의 일도 안 된 상태라고 한다. 이재민들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정부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린다. 자신들에게 충분한 것은 방사선 오염뿐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폐허 위에 세워진 간이천막들, 종이 박스와 그 위에 놓여 있는 그릇 두 개, 낡은 담요를 몸에 감고 걸어가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보니 오래전 6.25 전쟁 후의 폐허를 연상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 정치인들은 복구보다 총리 교체에 더 신경을 쓰고 있어 많은 사람들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무능력과 늑장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금 일본 정계는 리더십 부재 속에 파벌 싸움으로 지난 1년을 허비했고 그 사이 불쌍한 국민만 희생당하고 있다.

오사카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토론하는 장면을 TV에서 보았다. “지금 우리나라에 제일 필요한 것이 무언가” 물으니 많은 학생들이 ‘강력한 지도자’라고 했다. 그리고 몇 명의 학생들이 서슴없이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같은 강력하고 실천성 있는 리더”라고 얘기한다.
독도 문제로 어제까지 일본을 미워했는데 막상 폐허 장면들과 삶과 죽음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재민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한국 정치인들이라고 다르겠는가. 정당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철새처럼 다른 정당으로 옮겨가고 아예 정당 이름을 바꾸어버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일본이건 한국이건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한번쯤이라도 생각하기를 바란다. 당한만큼 돌려주겠다는 심판과 복수의 정치는 이제 한국에서 멈추어야 하겠다.

지금 일본 사람들은 비상시를 대비해서 가족들이 각각 돈을 나누어 지참하고 다니며 아차하면 식구들이 만날 장소까지 정해놓고 있다고 한다. 지진 공포증에 쓰나미 공포증까지 앓고 있는 그들에게 하루속히 좋은 지도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이혜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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