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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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가정교육

2012-03-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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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어느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만졌다는 이유로 할머니를 페트병으로 폭행했다는 이야기, 20대의 젊은이가 자세가 삐뚤어졌다며 다리를 툭 친 할아버지에게 심한 막말을 했다는 기사, 그리고 LA 지역에서 26살의 아들이 60세의 어머니를 골프채로 때려 숨지게 했다는 이야기, 또 애틀랜타 한인 사우나에서 총격으로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다는 신문기사들은 듣고 보는 사람의 마음을 몹시 안타깝고 불편하게 만든다.

한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호를 들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고전이다. 효녀 이야기를 하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감동적인 사례들이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고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의 이야기에 이르면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했었다. 인도의 시성 타골이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조국이 아니던가?

도덕적으로 바르고 정신적으로 맑았던 우리 조국이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이상해져 가더니 이제는 완전히 ‘막가는’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 가정이 그렇고 학교가 그러하며 사회 또한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유산 때문에 형제간에 고소고발을 하면서 싸우고 있다는 신문기사는 이제 이야깃거리의 축에도 들지 못하고 사람 한 둘 죽였다는 살인범에 대한 기사는 늘상 있는 것처럼 무덤덤하게 읽어 내려간다.

학부모가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교실에 쳐들어가서 교사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교권이 땅에 떨어지고 학교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었고 지난 2007년 10월에는 어느 아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필리핀 여행을 가서 며칠 구경을 시켜드리고는 슬그머니 혼자 귀국 했다는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에서 이제는 가정까지 무너져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한 진단으로 IMF를 들먹이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문제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하며 학교가 무너진 것을 탓하기도 한다. 모두가 내 탓이 아니라 남의 탓이라는 말이다.

물론 IMF나 정치 그리고 교육에 원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지러운 세상 한 가운데 살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들에 대해서는 “사돈 남 말하듯”한다는데 있다.

이 모든 일들이 가정교육이 부실한데 원인이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주장일까? 예의를 모르는 젊은이는 가르쳐야 한다고 하지만 기실 그런 교육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이루어졌어야 한다. 어른을 공경하는 태도 역시 가정교육이 다루어야 할 덕목이다.

그런 연유로 해서 어린이나 젊은이들의 거칠고 예의에 벗어난 말이나 행동을 보면 당연히 그 부모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들이 받았을 가정교육을 생각하게 된다. 이어서 나오는 말은 “가정교육이 안 돼 있구나”라는 것이다. 가정교육의 주체는 바로 그들의 부모이다.

우리는 지구환경의 오염 때문에 물은 정수기로 정수를 해서 먹고 공기는 청정기로 정화해서숨쉬기를 한다. 우리 주변의 오염된 문화도 이처럼 정화할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될 수만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래서 깨끗하게 정화된 문화를 즐기면서 사람 사는 세상의 참 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규성/ 가정상담소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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