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펌프업/ 호래스만 스쿨 12학년 김희라 양

2012-03-12 (월)
크게 작게
"음악과 클라리넷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며 에너지입니다."

2010년 10월부터 세인트 룩 루즈벨트 병원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줄리아드 음대 재학생들의 도움으로 음악회를 주도, 위문공연을 펼쳐오고 있는 클라리넷 연주자 김희라(사진·미국명 아델라)양은 아직 어린 18세 소녀다.

15살때 암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중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음악회를 추진, 2년째 음악을 통해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암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병원에서 웃는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듣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계속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2년간 위문 공연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회는 바로 지난해 한 정신과 병동에 있었던 공연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 음악을 좋아할 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고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연주가 끝난 뒤 음악이 너무 좋았다고 손을 잡으며 감사해 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에 대한 힘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김양은 유명 피아니스트인 한국예술종합대학 김대진 교수의 차녀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아버지의 연주회를 관람하러 갔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너무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클라리넷이었다. 이때부터 김양은 본격적으로 클라리넷을 연주하게 됐다.

단순한 동경으로 시작했지만 이 소녀의 성장은 눈부셨다. 2006년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입학한 뒤 클라리넷 연주자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앤드류 토마스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2009년 미 육군 오케스트라 영 아티스트 대회에 출전 우승을 했고 2009/2010년 2년 동안 줄리아드 예비학교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뉴욕 국제 음악대회에서 2등을 수상했다.

호래스만 스쿨 12학년에 재학 중인 김양은 이미 프린스턴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고 현재 줄리아드와 하버드-NEC 대학 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학 진학 후에는 음악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빈민국가 사람들을 위한 해외 연주도 구상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인도 등은 아직도 낙후된 지역이 많아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습니다. 국경 없는 글로벌 언어인 음악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웃음 짓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아직 어린 10대 소녀에게 봉사에 대한 참 의미를 전달 해준 사람은 바로 그의 스승인 존 매나시다. 음악적인 테크닉과 완벽만을 추구하던 그에게 음악은 감성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장본인이다.

"선생님은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를 다시 심어주신 분입니다. 음악은 말로 전할 수 없는 특별한 감성으로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이제는 완벽성보다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스승인 슈만의 부인을 짝사랑한 브람스 곡들의 애절한 화음을 좋아한다는 김양은 김대진.조성림씨의 2녀 중 막내이며, 언니 김화라씨는 줄리아드 음대 3학년에 재학 중인 바이얼리니스트다. <윤재호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