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2012-03-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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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향기

직업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다채로운 감정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고객으로 인해 행복과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과 우울한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제는 “안녕하세요”로 시작되는 이메일의 첫 문구만 봐도 글쓴이의 심정을 느낄 수 있다. 글쓴이가 기쁜 마음으로 메일을 적은 것인지 울적한 기분을 갖고 적은 글인지 인사말 하나로도 느껴진다. 컴퓨터라는 딱딱한 기계를 통해서도 사람의 감정이 묻어나는 것이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향기가 담기기 마련이다.

종종 이메일을 체크하다 보면 정말 열어보기 싫은 편지를 발견하기도 한다. 읽고 나면 기분이 안 좋아질 것 같은 메일이라고나 할까? 평범한 내용이지만, 왠지 기분이 껄끄러운 메일이 있다. 좋지 않은 사람의 냄새이다.


나 역시 하루에도 수 십통의 메일을 보내고 전화통화를 하는데, 내가 느낀 이러한 기분을 상대방도 가질 수 있다 생각하면 조심을 하게 된다. 그래서 올해는 내 감정을 최대한 행복한 상태로 끌어올려 더 기쁜 마음을 갖고 전화통화도 하고 이메일도 적으려고 노력한다.

오래 전부터 남편은 항상 내게 칭찬을 한다. ‘상대방을 편안 하게 해준다’ ‘성실하다’ ‘뭐든지 열심히 한다’ ‘밝고 적극적이다’ ‘믿음이 간다’, ‘음식도 잘하고 집안일도 잘 한다’ 등의 긍정적인 말들로 나를 부추겨 준다.

그런 말을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고자 노력을 하게 된다. 남편의 따스한 향기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만약에 남편이 결혼생활 내내 내 옆에서 ‘운전이 그게 뭐냐?’ ‘냉장고에 먹을 것이 쌓여있는데 또 장을 보냐?’ 등의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면 어땠을까? 남편에게서 맡는 지금 같은 향기는 없었을 것이다.

어제는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는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결혼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는 재미와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내가 한 사람에게 행복의 기쁨을 선사했구나 생각하니 일에 대한 보람이 느껴졌다.

그 전화 한 통으로 나는 일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오랫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 고객에서 전해진 따뜻한 인간의 향기로 인해 내게 긍정적 힘이 자라난 것이다.

하루하루가 똑같은 반복된 일상에 지쳐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채 살아갈 때가 있다. 사람으로서의 향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내게 사람의 향기가 난다는 말은 따뜻한 감정을 비롯해 인간다운 감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사람의 향기는 긍정적 에너지로 타인에게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민생활을 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인간적인 향기를 서로 나누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로에게 에너지를 전해주는 삶의 원동력으로서 말이다. 사람의 향기가 물씬 나는 LA 한인사회를 기대해 본다.

제니퍼 리
듀오 커플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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