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10일플러싱 한인봉사센터서 연구결과 발표
변성희(뉴커머스 고교 교사)
작년 5월 어느 날 친구들에게 똑같은 뉴욕타임스 기사가 수차례 전자우편으로 쏟아져 온 적이 있다. 그날은 에반이를 학교에서 부리나케 픽업해서 감각통합/언어치료센터로 바쁘게 내달리던 날이라 이메일을 받았다고 시끄럽게 땡땡거리며 울리는 휴대폰을 미처 열어보지도 못했었다. 그러다가 치료센터에 들어가니까 아니나 다를까 센터디렉터가 "아니 한국에서 자폐아 발생률이 2%가 넘는다던데 어떻게 생각해요?"하는 것이었다. 씩씩하게 치료실로 에반이를 들여보내고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같은 기사를 그렇게나 많은 친구들에게서 한꺼번에 받아보기도 처음이었다.
그 기사는 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가 이끈 일산에서의 자폐아 발생률에 관한 6년에 걸친 야심찬 연구결과를 다룬 뉴욕타임스였다. 한국 일산에 사는 48만8,590명에 이르는 7세에서 12세 연령의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연구했다는데 사람들의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보통 자폐 발생률을 측정할 때는 부모가 아이의 발달이 더디거나 다르다고 생각돼 본격적으로 아이를 위해 나설 때 비로소 아이의 장애가 공식적으로 집계가 된다. 하지만 아이가 말이 그냥 늦는 거겠지, 아니면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부모를 둔 아이는 그 아이의 자폐 여부가 공식적으로 기록될 리 없다. 그러기에 ‘모든’ 아이들을 하나하나 스크린을 했다는 점에서 세계의 눈이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역학자인 김영신 교수는 그때까지만 해도 뉴욕타임스에서 다뤄진 머나먼 타국의 고고한 학자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서로 전자우편을 수차례 주고받다가 지난 1월에 만나고 나서는 필자는 그의 소탈함과 진실성에 반했다.
자폐라는 장애는 어떤 치료법이던 100% 정상아를 만들어낸다는 요술의 치료나 교육법이 없기에 사실 장애를 ‘고친다’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학위를 내세워 부모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학자들이 많다. 그러한 학자들이 가끔은 아이를 정말 생각하는지 아니면 자신의 연구 결과를 위해 에반이 같은 아이들은 일종의 연구대상으로 보이는지 가끔 삐딱한 시각이 들 때가 있음을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그렇기에 필자는 그런 학자들이 얼마나 나처럼 지치고 힘들어하는 부모를 위한 ‘옹호’에 관심이 있는지를 보고 그들의 진실성을 가늠하곤 한다.
필자가 한인 이민사회에서 특히 자폐가 여전히 남들에게 숨겨야하는 장애로 여겨진다는 것을 말하면서 교수님 같은 분이 부모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했었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해 말을 꺼낸 장본인인 필자가 다 깜짝 놀랐었다. “강의비도 제대로 못드려요”라고 말해도 “돈 벌려고 가는 거 아니예요”라며 웃어넘겼다. 워낙 자폐인식이 높지 않는 한인사회라 사람들이 많이 안 올 수도 있다고 했더니 그런 것도 모두 다 알고 가는 것이니 괜찮다며 부모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좋다시며 오히려 필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필자가 속해있는 참교육회(APACE)에서는 이달 10일 플러싱 KCS 한인봉사센터에서 오후 3시에 세계적인 소아정신과 의사인 예일대 의대 김영신 교수를 초청해 자폐에 관한 최신 연구 결과 발표 및 부모 옹호의 중요한 역할을 역설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을 예정이다. 최근에 발표된 일산의 자폐유병률 연구결과와 함께 비교적 경한 자폐장애에서 나타나는 간과하기 쉬운 증상을 설명하고 조기치료 및 지속적인 치료의 중요성과 적절한 치료를 받기위한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자녀가 발달장애를 지닌 학부모라면 이날 이 자리를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참교육회에서는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특수교육 교사들과 회원들이 참석하는 학부모들의 자녀 케어도 무료로 제공한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발달장애를 가르치는 교사들도 꼭 참석하길 바란다. 자폐를 연구하면서 부모의 아픔을 같이 나누고자 무료로 플러싱까지 와서 컨퍼런스를 하는 이렇게도 소탈하며 진실한 학자는 진정한 교육자의 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모나 교육자
가 아니더라고 발달장애에 관심이 있다면 그 누구든지 이날 참석은 대환영이다.
참석을 원하는 한인들은 전자메일(s.byun.apace@gmail.com)로 참석 여부와 함께 차일드케어 서비스가 필요한지 여부를 알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