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민, 뉴욕차일드센터 아시안클리닉 부실장
최근 뉴욕 한국일보의 교육섹션은 성적도 우수하고, 다재다능하며, 봉사활동도 열심이어서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로 한 청소년 남학생을 소개했다. 그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눈에 띄는 대목을 발견했다. 청소년은 자신이 제일 닮고 싶은 사람은 아버지라고 답했다. 가게를 운영하며 가족을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또 교회와 지역사회 활동에도 열심을 내고 있는 아버지를 제일 존경한다는 것이다. 그 청소년의 아버지는 자녀를 성공적으로 양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언젠가 상담을 위해 내원한 한 한인 여고생은 자신이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버지라고 거침없이 답한 적이 있다. 그럴만한 것이 이 학생의 아버지는 유능하며 사업적으로 매우 성공한 분이었지만 가족을 내팽개치고 불륜에 빠졌고 가정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여고생의 어머니는 수십 년간 폭력과 모욕적인 대우에 시달렸고 아버지는 자녀들에게도 자상하고 가정적인 아빠로 살지 못했다. 밖에서는 예의 바르고 사회활동에도 열심이었지만 정작 가정에서는 빵점짜리 아빠였던 것이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정은 사랑과 감정을 나누고, 안정감과 적절한 보호를 제공하며, 나아가 자녀의 사회화를 돕는 공간이다. 아이와 부모는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아이는 부모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며, 삶을 살아가야 하는 지를 배우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부모의 행동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에게 말로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삶 속에서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통해 본을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모가 다른 사람들에게 불같이 화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아이에게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훈계하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종종 때리는 부모가 아이에게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싸우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한 운전하면서 신호를 주지 않고 거칠게 운전하는 부모가 아이에게 바르게 행동하라고 가르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집에 들어온 아빠가 엄마에게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며 자란 아이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아내와 딸을 존중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남을 존중하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정직하고, 친절하고, 인내력이 있으며, 늘 책을 읽고, 열심히 삶을 살아가길 부모는 원할 것이다.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에도 열심을 내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따뜻한 리더십을 보이는 사람으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보람된 일이다. 아이에게 바람직한 행동과 삶을 가르치길 원한다면 부모가 몸소 그러한 모습을 실천해야 한다.
다음은 아이에게 역할모델이 되기 위해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내용들이다. 이 모든 것을 다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부담이 느껴질 수도 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란 있을 수 없다. 단지 노력하는 부모만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①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운동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피하고 건전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또한 시간을 잘 지키며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②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돕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선 배우자를 존중하고 다툼이 있을 때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타인의 인격과 이익을 존중하고 좀 손해 보더라도 양보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③지역사회 활동이나 봉사를 실천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자원봉사에 나설 수도 있고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할 수도 있다.
④말과 행동을 일치시켜야 한다. 약속이나 말을 꼭 지키도록 하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⑤긍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부모가 늘 말과 행동을 통해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도 부정적인 인생관과 세계관을 갖게 될 것이다. 긍정적인 부모 밑에서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⑥완벽하지 않다는 점과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완벽한 삶을 살 수는 없다. 가끔 넘어지고 실패하며 실수를 범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