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자에게 평범한 남자

2012-02-17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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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희 중앙결혼/ 워싱턴 수필문학회

얼마 전 월간 잡지 하나를 읽다가 좀 색다른 느낌을 받는 제목을 보고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같이 살아 보고 싶은 사람’ 이라는 여론 조사 분석 내용이다. 우선 ‘여자가 같이 살아보고 싶은 남자 상’ 1위는 지극히 평범 하지만 늘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 해 주는 남자였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그저 세상이 하도 어지러우니 여자들 마음도 욕심 없이 그저 소박한 마음들이구나하고 마음으로 흐믓 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글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개운치 않아 이것저것을 생각하다가 내 눈이 “지극히 평범 하지만”에 다시 닿는다. 평범하다는 말은 그저 나와 같이 이름 없이 이렇다 할 공직도 없이 큰돈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보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 하는 말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의 “지극히 평범한” 이라는 말의 뜻에 내가 모르는 더 깊은 뜻이 있는 듯하여 어떤 사람이 한국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나? 하고 찾아보았다.
우선 여성들의 의견이 궁금하여 설문 조사 결과를 보니 그들에게 평범한 남자는 대학을 졸업해야 하고(96%) , 신장이 180 센티는 돼야 하고(49%), 최소 전세는 살아야 하고(55%), 연봉은 5천만 원은 되어야 한다고 응답 했다는 것이다.
한국을 떠나 온지가 40년 넘었으니 이런 수치가 나의 마음에 다가 올리가 없다.
남편이 첫 봉급을 받았다고 으쓱대며 월급봉투를 주기에 펼쳐보니 6,300원 이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것을 들고 들어오는 남편은 한없이 밝은 표정이었고 그것을 받아 세어보는 마음은 한없이 뛰며 행복해하던 심장의 박동 소리는 지금도 들리는 듯 행복의 한 장으로 남아 있다. 너무도 바쁘게 살다 보니 전후좌우를 분간 못했고 이제는 평범한 인생의 틈에도 끼지 못하는 느낌이다.
여성 상위 시대를 외친다. 그러니 당연히 남성들의 여성 의존도 또한 높아간다. 미혼 남성 62%가 여성이 집을 소유했거나 전세 사는 여성과 살기를 원한다.
시인 백낙천이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말라, 백년의 고락이 남한테 달려있다. 라고 말 한 것을 지금의 여성들에게 말해 준다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무엇이든 너무 빠른 변화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것은 결국 혼란을 가져올 수 있으며 지식인들의 자아 상실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잡지에 의하면 여성들은 이렇게 외친다
“우울 할 때 꽃 한 다발 내밀며 나를 위로해 주는 남자, 눈이 마주치면 싱긋 웃어주고, 실수는 말없이 눈 감아주고 살며시 손만 잡고 자도 행복해 하는 남자, 떡볶이를 사들고 퇴근하는 남자, 아내를 위해 아침 식사를 차려 놓고 나가는 남자, 젓가락질 못하는 나를 위해 식당에서 포크 없습니까? 하고 물어봐 주는 남자, 한 달에 하루는 나에게 휴가를 줄 수 있는 남자, 영화나 책 내용을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남자”
이런 남자라야 한국 현대 여성에게 지극히 평범한 남자요, 이런 남자라야 한국 보통 여자에게 통 한다는 사실, 우리 이민 1세들도 알고 살아가면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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