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누가 잘사는 사람인가

2012-01-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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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 전 부터 륙통권이라는 운동을 시작했다. 륙통권이란 여섯가지 기, 즉 에너지를 몸 속에서 잘 돌게 한다는 뜻으로 이 운동은 홍콩에서 건너왔다고 한다.

이 운동을 시작해 보니 처음에는 너무 운동량이 적어 정말 운동다운 운동이 될까하고 의아하기도 했지만 약 삼주가 지나고 나니까 이 운동이 누구보다 나이가 든 사람들한테 아주 알맞은 운동이란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보통 때 잘 쓰지 않던 몸의 부위가 움직여서 의외로 팔과 다리, 허리와 상체에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서른여섯 가지를 약 사십분 간 하고 나면 몸이 더워지고 약간의 땀이 날 정도여서 할수록 이 클래스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디렉터는 나이가 팔십 하나인 중국인 남자다. 아침 일곱 시 경에 시작해서 여덟시 전에 끝나는데 모두가 육십대에서 팔십대가 대부분이며 간혹 구십이 넘은 노인들도 나온다.


나와 같은 콘도에 사는 96세인 베티도 따라와서 시도를 해보았다. 그들은 다리를 드는 운동이나 허리를 굽히는 동작들은 잘 못하지만 아직도 그 연세에 노력하는 그 자체에 경의를 보낸다. 나이가 육십이던 구십이던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앞을 보며 사는 사람들이다.

하루를 더 살던 일년을 더 살던 그날그날을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이 가장 잘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 같은 사람이라도 여러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리더와 그들을 따르는 자,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소극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베푸는자와 늘 얌체처럼 받아만 먹는 자, 항상 남을 칭찬하는 자와 불평불만을 일삼는 자,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비교해 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는 이미 결정이 나 있다.

항상 부정적이며 불평불만을 일삼는 자들은 만나도 기쁘지 않고 헤어질 때 늘 기분이 찜찜하다. 반대로 항상 남을 칭찬하고 베푸는 자들을 만날 때면 기분이 좋고 행복해진다. 그들 즉 긍정적인 사람들은 주위를 밝게 행복하게 만드는 비결이 있다.

나는 늘 우리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부탁하는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돈을 은행에 저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 있을 때 건강을 저금하듯 저축하라는 것이다.

돈은 건강을 잃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건강이 있을 때 돈의 가치가 있지 그것을 잃으면 하나의 휴지에 불과하다. 내 주변에 몇몇 밀리언을 두고도 걷지를 못해 맛있는 외식 한번 변변히 못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잘 걷는 자들을 제일 부러워한다.

늘 의사들은 말한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고, 이 말은 만고의 진리인 것 같다. 오늘도 산책을 하면서 산자락에 걸린 안개를 보니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매일 이 아침을 감사함으로 시작할 수 있어 또 한번 마음이 숙연해 진다.


김옥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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