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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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

2012-01-0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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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김(C2 Education 원장)

무도회에 초대 받은 신데렐라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지난해 10월13일 목요일 저녁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마련된 백악관 만찬에 초대받았던 필자는 난생 처음 신데렐라의 떨림을 느껴 보았다. 유명 인사들로 가득 찬 대기실. 그 곳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던 그 순간은 벌써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동쪽 출입문을 통해 백악관으로 입장하자 해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아름다운 바흐의 선율이 나를 반겨 주었고 여기저기서 터지는 카메라의 플래시 라이트는 이곳이 정말 백악관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로비에서 필자가 제일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자신을 ‘마티’라고 소개한 온 몸을 훈장으로 가득 치장한 사람이었다.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는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묻게 되었다. C2에듀케이션 대표라고 소개한 후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 네. 저는 합동 참모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내내 나는 각계 유명 인사들과 함께 풍성한 대화와 교제를 나누게 되었다.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인 션 도노반의 아내인 리자 길버트 여사와도 좋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길버트 여사와 나는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접근에 대해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길버트 여사는 자녀들에게 창의력을 더욱 키워 주고 싶다면서 오늘날의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학교가 창의력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며 슬픈 교육 현실에 유감을 드러냈다. 또한 고용주가 제공하는 데이케어 네트웍인 ‘브라잇 호라이즌’의 설립자 커플인 로저 브라운과 린다 메이슨과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이 커플은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게 되었고 그 여행을 통해 단순한 이윤 추구가 아닌 사회 정의를 위한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회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게 되었다고 한다.

백악관 만찬을 통해 또 하나 놀란 것은 참석자의 경력이 너무나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유명한 제약 회사인 일라이 릴리의 CEO에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스타 셰프, 데이빗 챙까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초대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만남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대통령과 인사를 하려고 기다리는 동안 나의 두 다리는 마구 떨려왔다. 저 멀리 보이는 이 나라 최고의 시민 오바마 대통령은 충만한 자부심과 함께 넘치는 겸손함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맞고 있었다. 줄은 계속해서 줄어들었고 드디어 필자는 대통령 앞에 서게 되었다. 그는 필자의 손을 부드럽지만 힘 있게 잡았고 필자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대통령은 "데이빗,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교육계에 종사한다고요?"라고 물었고 필자는 "예,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는 교육 정책에 대해 아주 많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을 하는 필자의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음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아.. 그렇다면 안 던컨 교육부 장관을 소개해 줘야겠군요"라며 유쾌하게 대답한 오바마 대통령. 필자는 그의 손을 더욱 꽉 잡고는 필자의 왼손을 그 위에 얹었다. 필자가 매우 존경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이렇게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고 말았다. 비
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순간이야말로 필자의 삶에 있어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어렸을 때 꾀꼬리 사냥을 나간 이후로 처임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는 모든 젊은이들이 이렇게 감동적인 순간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아직까지 던컨 장관을 소개받지 못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그날 백악관에서 보낸 저녁 식사는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 관한 공부의 시간이기도 했다. 합동 참모 본부장과의 간단한 대화에서도, 하원의원과 국정 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눈 대화에서도, 그리고 대통령과 나눈 짧은 대화에서도, 필자는 필자가 알고 있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활용해서 그 시간을 최고의 시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면서 과연 우리 학생들은 비슷한 행사에 참석하게 됐을 때 이를 위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준비해 왔는지에 대해 염려하는 마음이 들게 됐다. 커뮤니케이션의 양대 축인 말하기와 글쓰기는 강력한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모두 탄탄한 어휘력과 사고력, 분석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구성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졸업생 4명 중 1명만이 제대로 된 글쓰기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또한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간다고 해서 더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하는 것 역시 무리다. 왜냐하면 ‘Academically Adrift’라는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듯이 대학 졸업자의 3분의1이 넘는 사람들이 대학 생활 4년 뒤에 아무런 지식 습득의 진보도 보지 못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위해서는 먼저 글쓰기 실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은 연습을 필요로 한다. 학생들 모두가 자신의 재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한 사람 한 사람을 돕는 것이 교육자의 사명이고 임무다. 우리 아이들이 영향력 있는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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