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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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부담’에 등골 휜다

2011-12-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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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황이라고 자녀 대학진학 포기할 수도 없고...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안한 경기흐름 속에 뉴욕·뉴저지 한인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늘고 있어 가뜩이나 지출이 많아지는 연말연시를 맞아 한인가정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

소득수준이 바뀌거나 물가가 요동쳐도 자녀 교육비만큼은 지출을 줄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빠듯한 생활이라도 자녀의 교육비는 아낄 수 없다는 교육열 높은 한인 학부모들은 한국처럼 선행학습 중심의 학원교육보다는 과외활동을 중시하는 미국의 입시 제도를 감안해 예체능 위주의 사교육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한국과 다르다면 다른 점.

퀸즈 베이사이드에 거주하는 한인 서모씨는 월수입의 30%인 1,200여 달러 가까운 비용을 외동딸의 한 달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주 2회 영어·수학 강습(480달러)을 비롯해 피아노(100달러), 바이얼린(250달러), 미술(120달러), 태권도(150달러), 찬양댄스팀(80달러) 등도 월 1~2회씩 지도받고 있다.


서씨는 "방과 후 교육은 능력개발에 필수요소여서 이왕이면 좋은 지도교사를 찾아 교육받게 하려 애쓰고 있다"며 "예체능 교육을 포기하자니 또래에 비해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해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도 어쩔 수 없이 지출하게 되는 것이 부모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 자녀만 둔 가정은 그나마 부담이 덜한 편.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두 아들을 둔 정모(플러싱 거주)씨는 "맞벌이 부부라도 자녀 교육비를 감당하기엔 상당히 벅차다"며 힘든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정씨는 10학년인 첫째 아들의 SAT 수강료(1,000달러)와 테니스(300달러), 피아노(100달러) 강습까지 대학진학을 염두에 두고 사교육비를 아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아들 역시 어릴 때부터 소위 ‘스펙’을 키워주려고 주1회 작문 개인지도(월 140달러)를 비롯해 바이얼린(280달러), 수영(100달러), 축구(80달러)까지 골고루 형 못지않은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있다.

월 단위로도 큰 부담이지만 여름방학이면 으레 서머캠프로 지출되는 수천 달러의 목돈까지 포함하면 연간 지출되는 사교육비는 멈출 줄 모르고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질 대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나 지출이 많아지는 연말연시에는 매월 고정 지출되는 사교육비가 더더욱 큰 짐으로 짓누르는 심정이라는 것이 자녀를 기르는 한인 학부모들의 한결 같은 푸념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 이모씨는 "한국의 사교육 광풍에 휩쓸리기 싫어 미국 유학을 택했는데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학원 도움 없이 시정부나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또는 저렴한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할 기회가 더욱 많아져 경제적 부담감을 덜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부의 예산지원도 갈수록 줄고 있어 어디서도 숨통을 틀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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