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향기나는 여인들

2011-12-1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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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 SBS 일요 스페셜에 경북 영주에서 시작하여 강원도 강릉까지 연결된 철도 영동선을 유심히 봤다. 내가 나고 자란 경북 봉화의 반송 마을은 영주에서 40리고 봉화역에서 10리 되는 곳이라 영동선을 자주 이용했다. 영동선을 따라 가면서 항공 촬영한 화면을 보노라니 눈 덮인 태백산 지역은 히말라야 산악 못지않게 험악한 산악으로 보여 나는 놀랐다.
해방 전까지 세계적인 금광이었던 금정광산과 소소한 금광이 봉화 전역에 흩어져 있어서 금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이 많아 우리 마을 반송에서 나는 복숭아를 소비해주어 학교 다니는 마을 아이들과 다른 마을 아이들의 옷차림이 달랐었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마을은 봄이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눈부셨고 여름이면 복숭아 따러온 손님들로 장을 이뤘다.
겨울이면 빨간 복숭아나무로 인해 마을이 붉었다. 해방 후 캐도 캐도 금이 나오지 않아 폐광이 될 즈음 우리 마을에도 복숭아 후계자가 나오지 않아 폐원이 됐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건설하느라 영동선 춘양역에는 실어 내도 실어 내도 목재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장작 대신 석탄이 연료로 많이 쓰여 강원도 철암역에는 영동선을 이용해 실어 내도 큰 산 밑에 쌓아놓은 석탄 무더기가 서울 남산 한쪽 야외 음악당이 자리잡은 둔치처럼 생겼었다.
이전에 금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벌목공으로 탄광광부로 자연히 직장을 옮겼다. 언제부턴가 석탄 대신 중동에서 수입한 연료를 때느라 탄광은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일요스페셜에 아직도 남아 살아 있는 탄광이 나왔다.
힘 드는 부서에는 힘센 남자들이 일하고 탄과 불순물을 가려내는 선탄부에는 여자들도 섞여서 일하는데 얼굴 거의가 가려지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언저리만 봐도 젊은 여인들이었다.
예닐곱 여자들이 모여 앉아 도시락을 잡숫는데 보이는 얼굴을 보니 30살 안팎으로 보이는 젊은 여인들인데다 미녀급 수준인데 놀랐다.
농촌 여자들은 도시로 떠나고 처녀가 없어서 장가 못간 노총각들은 짝을 구하지 못해 이주여성을 들여와 결혼한다던데 광촌도 다를 바 없다고 알고 있었더니 저리 아름다운 여자들이 광부의 짝이 되어주고 광촌을 지켜주니 너무도 아름다웠고 향기로웠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포항제철의 영웅 박태준씨가 돌아 가셨다는 얘기를 매스컴에서 알려왔다. 포항제철에 대한 나의 기억은 돈이 없던 한국은 브라질에서 철광석을 배에 싣고 포항제철에 가서 철을 만들어 철광석 값으로 철을 브라질에 지급했다.
보낸 철이 브라질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몸체로 변형되는 것을 보고 흐뭇해했던 그때만 해도 한국은 돈이 없었는데 지금은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들었다. 박태준씨와 많은 분들이 밑거름이 되어 이루었으니 고인에게 명복을 빈다.


빌리 우/ 스털링,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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