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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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함께 춤을

2011-1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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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이 결혼을 했다. 24살의 나이로 결혼을 하자 주변사람들은 너무 빨리 결혼한다, 혹은 가장 좋은 때 결혼한다는 말을 하였다.

딸 일레인이 남자친구 대니를 우리에게 소개한 것은 거의 4년 반 전이었다. 딸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대학 선배라는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어떤 사람인지 상당히 궁금했었다.

식당에서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데 딸의 남자친구는 한국말이 약간 서툴러서 긴장을 하고 우리의 말을 잘 들으려고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해 추수감사절에 샌호세에 살고 있는 대니의 부모가 LA에 내려왔다. 대니의 부모는 아들이 어떤 여자와 사귀는지 우리 부부보다 더 궁금하였을 것이다. 양가 부모는 만나서 두 사람의 만남을 허락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좋은 교제를 하라고 하였다.


그들이 사귄지 2년여가 지난 2009년 1월말 대니가 강도의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대니의 오른쪽 팔뼈가 다섯 개로 깨졌다. 갈비뼈도 뿌려졌다. 총알이 간과 콩팥을 스치고 등에 박혔다. 모두가 기도를 했고, 대니는 생명을 건지고 병원에서 퇴원을 하였다.

대니의 가족은 멀리 살기 때문에 딸이 몇 개월 동안 그를 간호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간호를 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성숙해지고 있었다. 때로 힘들다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딸은 잘 견뎌 냈고 대니는 회복되었다.

그리고 2년 여가 지난 얼마전 두 사람은 결혼을 하였다. 돌이켜 보니 둘은 천생연분인 것 같다. 오래 동안 사귀면서 많은 역경을 겪기도 하였다. 많이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결혼식이 2주 앞으로 다가 온 날 갑자가 이런 말이 들려왔다. 피로연 순서에 딸이 아빠와 함께 춤을 추는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목사가 춤을 추어도 괜찮은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망설이다가 결국 연습 한 번 하지 않고 피로연에 가게 되었다.

피로연에서 사회자가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하면서 “이제 신부와 신부의 아빠가 함께 춤을 추겠습니다”라고 소개를 하였다. 빨리 나가라는 눈짓을 보면서 나는 앞으로 나가 딸과 춤을 추었다. 처음에는 스텝이 틀려 어색했지만 점차 음악에 맞추어지는 것 같았다. 춤을 추면서 나는 딸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빠는 행복하다. 일레인이 좋은 남편 만나 결혼을 해서. 너는 잘 살거야. 하나님의 자녀이니” 딸은 “응” 하고 대답하면서 울기 시작을 했다. 나보다 훨씬 키가 큰 딸은 내 어깨에 목을 파묻고 흐느꼈다. 나는 딸의 결혼식에 울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내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남자는 이 세상을 살면서 3번 운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 태어날 때 울고,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울고, 딸이 결혼할 때 운다고 한다. 그 말이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갔다. 이제 신혼여행을 갔다 오면 남편 따라 산호세로 간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딸에게 아빠가 복을 빈다.


김성지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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