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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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맘’과 자녀결혼

2011-1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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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니퍼
듀오 LA지사 팀장

요즘은 자녀의 입시와 취업을 넘어 결혼까지 적극적으로 챙겨주는 ‘헬리콥터 맘’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자녀의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빙빙 돌며 중요한 사안들을 일일이 챙겨주는 헬리콥터 엄마들이 결혼문제에까지 발 벗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는 젊은이들이 직장생활로 바빠서 이성을 만날 시간조차 갖지 못하며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데 대한 불안감과 걱정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어머니들이 자녀의 결혼 상대를 고르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며칠 전 친구의 아들 결혼식에 다녀왔다. 하객 중 한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MBA 과정 중에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장차 어떤 짝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얘기하고 있었다.

옆의 다른 어머니는 시카고에 사는 아들의 밥을 해줄 겸 몇 달씩 시카고에 가서 지내며 아들 옆을 빙빙 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남편은 뒷전이고 아들이 혹시 여자를 잘못 만날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부모는 나이 50의 아들이 바빠서 결혼을 못하고 있어 원하는 이상형을 대신 찾고 있다고 했다. 결혼식장에 가보면 자녀 결혼문제로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헬리콥터 맘’ 현상은 결혼정보회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자녀 대신 신랑신붓감의 프로필을 받아보고 꼼꼼히 확인하는 등 소위 자녀의 커플매니저 역할을 하는 어머니가 늘고 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나중에 자녀들한테 결혼에 대한 원망을 들을 것 같다고 하는 어머니도 있다.

미국에서 한인들끼리 만나 결혼하기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온 후 어렵게 취직해서 일에 빠지다 보면 데이트 할 시간도 없는 게 보통이다. 특히 직장 동료들이 온통 타인종이고 보면 한인 배우자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래서 자녀가 배우자 후보로 한인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며 타주에서 자녀 몰래 의뢰하는 부모의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헬리콥터 맘’ 증가에는 학창시절 데이트 경험이 별로 없던 이들도 한 몫 한다. 연애 경험이 없다 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할지, 어떻게 데이트를 해야 할지 몰라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는 자녀들이 있다. 이들은 결혼에 있어서도 부모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 인터넷 등 소셜네트웍이 발달해 자신의 프로필과 사진을 공개하며 만남의 기회는 늘어났지만, 연애와 결혼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여전히 어렵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남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바람이다. 결혼에 있어 부모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상대방을 선택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모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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