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막말은 막된 행동을 낳는다

2011-11-1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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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시인 타고르(Tagore)는 “그 나라의 문화수준은 언어가 바로미터”라고 했다. 또 독일 베를린 시청에 가면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는 글귀가 쓰여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나 글귀를 듣고 보면서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언어문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실시한 “제564돌 한글날 맞이 학생언어사용 실태관련 교원설문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교원의 66.1%는 “학생들 대화의 반 이상 또는 대화 내용이 조사를 빼고는 욕설과 비속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이 조사결과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10월 한 달 간 서울, 전남, 충남 초중고생 1,2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한국 초중고생 가운데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5.4%(68명)에 불과하였으며 매일 한 번 이상 욕설을 한다는 응답은 73.4%(925명)에 달했다.
또한 한국교총과 EBS 방송에서 중학생 2명과 고등학생 2명에게 소형 녹음기를 지참시켜 등교 이후 점심시간까지 4시간 동안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 했더니 1명당 평균 75초에 한 번 꼴로, 1시간에 49회의 욕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4명 중 2명은 평소 “욕을 잘 하는 학생”으로 소문난 학생이었지만 나머지 2명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대화 속에서 일상화된 욕설은 또래들끼리의 동질감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친근감과 유대 강화 등의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또래들 간의 상호 확인 방식이 청소년들에게 욕설문화를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욕설문화의 정체는 결국 동질감의 확인인 셈이다.
그러나 욕설이 또래 간에 동질감을 확인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어떠한 형태이든 욕설은 모욕적인 언어일 뿐이다. 결국 청소년들의 욕설문화는 그 자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한국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상(symptom)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은 반항과 ‘반말지거리’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반말지거리는 반말을 함부로 지껄여 대는 것을 일컫는 말인데 이보다 강도가 세지면 ‘막말’이 되고 강도가 그 도를 넘으면 막된 행동과 함께 폭언이 뒤 따르기 마련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 자식 간,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패륜적이고 패악적인 폭언과 폭행이 오가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문화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험 말고는 거의 없다. 늘 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경쟁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스트레스만 쌓여 갈 뿐이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숨 막히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른 하나의 방편은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으로 나타나는데 대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반사회적 행동이나 문제행동 등을 함으로써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어른들은 이를 간단하게 문제행동이라고 지적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는 청소년에게 ‘문제아’라는 낙인을 찍어서 돌려 세워 놓는다. 이렇게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마구잡이로 낙인을 찍어 대면서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에도 세상은 날이 갈수록 반말과 막말 그리고 욕설과 폭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이를 위해서 부모와 사회가 나서서 이 나라의 장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오염된 우리의 언어문화를 시급하게 정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라는 성현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을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이규성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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