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이 울면 돌도 운다

2011-11-1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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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학 박사 비엔나, VA

산은 오를수록 높고, 물은 건널수록 깊다. 산행(山行)은 정복보다 무사히 돌아오는 일이 중요하다. 산 사고는 천재(天災)보다 인재 때 가슴이 더 터진다. 산사랑은 숭고하고 아름다우나 죽음만은 피해야 전설을 만든다. 산인(山人)은 사고를 두려워한다. 산이 좋아서 몰입하고 집념으로 등정하며 명예의 집착이 아무리 강해도 희생의 대가는 너무나 비통하다. 허망할 뿐이다.
서울대 병원(혜화동)서 3일 열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네팔) 원정대 합동 영결식에서의 애도와 다짐이 수백명의 눈물바다를 이루며 불굴의 무한 도전정신을 추모했다. 박영석(48)대장은 찬란한 등정 경력(1993, 1995, 2009) 기록을 갖고 원정대원 신동인과 강기석 산악인과 함께 등반길에 올랐다.
산은 영원하나 육체는 흙에 불과하고 그가 넘고자 한 산은 한국산악회의 나침반으로 동경의 대상이었다. 박 대장이 등정한 높이는 인류정신의 높이였고, 그가 뚫은 길은 인류역사의 이정표였다. 박 대장은 “산악인은 산에 가야 산악인이며, 호랑이는 들판을 뛰며 사냥을 해야 호랑이다”라고 했다. 산악인의 정신은 현실사회의 정직과 성실의 등불이기를 주장해왔다.
산악회 출발 전에 산이 있었고, 그 전에는 땅이 생겼고, 그 전에는 신(神)이 있었다. 수색대원들이 네팔서 돌아와서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고 오열하면서 귀국 보고를 했다. 그들은 위령제를 베이스캠프서 과일과 떡을 차려놓고 숙연하게 치뤘다. 그 때도 안나푸르나의 정상 부근의 눈사태로 천지가 몇 차례 흔들렸으며 짙은 산안개까지 몰려들어 헬리콥터도 접근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실종 소식의 당혹감과 슬픔은 충격적이었다. 교훈은 ‘무리한 단언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계획할 수 있지만 성사는 신이 좌우한다. 산은 영원한 생명이다. 행위는 명상의 영혼이며 명예는 행위의 보상일 뿐이다. 그래서 명상은 값진 월계관이 된다. 서울 출발 전에도 친구와 선배들이 “영석아, 이제 그만 됐다”며 만류하자 “눈물로 제동을 멈추란 얘기가 아니요. 나는 신이 허락해 주실 것으로 믿네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찬바람 소리만 무정하다.
영웅의 삶은 외롭지 않다. 말 없는 웅변이 세상을 울린다. 꼼수가 판치는 세상에 그는 숭고한 도전정신을 보여 주었다. 인류역사는 도전이 필요하다. 로마 격언에 ‘정복을 믿는 자가 정복한다’고 했다.
중국의 한무제(기원전 156-기원전 87년)는 만리장성을 쌓고, 유교를 공식 국교로, 병력증강해서 중화통일을 성취한 후 가을바람을 즐기며 강물에 배를 띄워 놓고 신하들과 잔치 중에 추풍사를 읊었다. 그는 “환락이 극에 달하고 나면 슬픈 정만 많이 남는다”고 경고했다. 황제 걱정은 산악인의 성취감일수도 있지 않을까.
조선시대의 선비 어유봉(1672-1744)은 “산은 독서와 같다”라며 서책을 통해 읽는 것도 중요하나 명산(名山)을 노니는 것도 비길 바 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은 풍요로운 자연과학 연구의 보고(寶庫)다. 산에서는 흙과 지하자원, 인류역사, 생물과학, 동물학, 곤충학, 어류학, 환경과학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등산가 치고 철학, 심리학, 종교, 문학, 사상가 아닌 사람이 없다. 대화를 분석해보면 산악인은 지성인이며 생각과 지식이 넓고 높으며 깊은 사람들이다. 세상을 비웃으며 사는 산인(山人)들도 많다.
산은 인류의 희망이다. 한걸음마다 밟는 흙과 산바람 속에 과학과 의학적 ‘기적’도 생긴다. 산사람들의 묵상, 명상, 묵시, 시심, 영험한 지혜를 하늘 아래서 부끄럽지 않게 곧은 생활을 즐긴다. 산에서 인격을 키운다. 산책은 24시간 가눙하고 365일 등정할 수 있으며 사계절에 도전할 수 있다. 인생비밀은 조심해서 많이 걷고 오래 산다는 것이다. 한국산악회 박영석 대장과 대원 일행의 명복을 빌며 애석함을 표현한다.
(newchallenge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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