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담 좀 받아 보시지요

2011-10-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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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가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나 가정 문제로 걱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고부간 갈등문제 등으로 심적 고통을 받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럼 상담(counseling) 좀 받아 보시지요?”라고 조언을 하면“나도 상담을 받아야 됩니까?”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되묻는다. 그 되묻는 표정에는“내가 왜?”하는 뉘앙스가 짙게 묻어 나온다.
사실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이 사실이다. 내게 큰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을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무슨 변이라도 일어 날 것 같은 방정맞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선뜻 “상담 좀 받고 싶습니다” 하고 전문가를 찾아가자니 남들에게 눈치가 보이는 것은 물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될까봐 겁이 나고 내가 무슨 일이나 저지른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아 상담실 문 앞까지 가는 것조차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귓가에 맴돌고 있는 “상담 좀 받아 보시지요”라는 말은 당사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불안에 휩싸이게 만들어 놓는다. 그렇다고 상담실 문을 두드릴 용기가 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당연한 대답이지만 상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상담이란 남을 도울 수 있도록 훈련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또는 청하는 사람들에게 당면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전문적 활동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란 자녀교육과 이들의 미래에 관련된 정보나 진로, 진학에 관한 최신 정보 등을 얻고자 하는 학부모들이다. 이들에게 구체적이고도 신속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들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을 말한다.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정신적 또는 심리적 문제로 갈등과 좌절을 경험하거나 이로 인해 스스로 문제해결에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이 전문적인 조언을 청할 때 이들을 돕는 심리적, 교육적 지원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의 주된 내용은 자녀 양육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이나 부부간의 갈등, 고부간의 문제 등을 중심으로 가정이나 학교 등지에서 일어나는 교육적인 문제들의 예방과 치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얼마 전 상담 신청서에는 “남편과의 갈등 문제”로 상담을 받고 싶다고 한 A씨는 카운슬러와 마주 앉아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입을 열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카운슬러가 “이야기하기가 몹시 어려우신가 봐요?” 라는 감정이입적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면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덧붙이며“말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렵사리 시작한 상담은 회를 거듭할수록 진지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내담자 A씨가 갖고 있는 ‘걱정거리’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상담이 종료될 때쯤에는 A씨의 얼굴에 미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비밀보장’이며 이를 위해서 상담의 모든 내용은 도덕성이 높은 카운슬러들에 의해서 외부 노출이 엄격하게 차단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내담자들은 상담 전문가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또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상담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자신의 문제나 자녀들의 진로결정 등과 관련해서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거나 심리적인 고통으로 마음이 답답해서 속에 들어있는 근심과 걱정거리를 해결하고 싶고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상담 전문가들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상담과정을 경험하면서 내적 성장을 기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상담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늘도 내담자를 돕기 위해 성실하게 준비하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 또한 기억해 두기 바란다.



이규성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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