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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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프로

2011-09-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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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란 한국 TV 프로가 큰 인기이다. 내로라하는 7명의 가수들이 매주 피를 말리는 경합을 통해 순위를 정하는데 그 가운데서도 앳된 여가수 박정현을 보는 재미가 크다. 그녀는 타고난 음악성과 가창력, 그리고 겸손한 영민함과 구김살 없는 친근함이 돋보여 시간이 갈수록 뜨고 있다. 이제는 ‘국민 요정’이란 애칭으로 수퍼스타의 대열에 바짝 다가섰다.

그런데 내게 박정현이 특별히 애착이 가는 것은 그녀가 우리 같은 이민 일세의 자녀란 일종의 연대감 때문이다. 그녀의 인터뷰 대담을 들으니 1970년대 LA 근교 다우니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한 목사님의 맏딸이라고 한다. 당시 동양인이 귀했던 백인동네에서 경제적으로도 어렵게 자라며 부모님의 목회를 도운 착한 우리의 2세였다. 그녀를 보면서 우리 주위에서 교회를 개척하며 고생하는 많은 목회자 가정들이 생각났다.

“제가 공부 못하면 목사님이신 우리 아버지가 욕 들으시잖아요” 밝게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초등학교부터 고교졸업 때까지 전교수석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시달린 탓에 대학만은 멀리 동부의 하버드로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런데 가정형편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씩 웃는 그녀를 보며 왠지 내 딸의 고백처럼, 아니면 이웃 교회 목사님 자녀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시렸다.


그녀는 명문 UCLA와 콜롬비아 대학원에 진학한 좋은 머리뿐아니라 음악적 재능, 그리고 자신의 느낌을 진솔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소통력이 돋보인다. 게다가 어려운 중에서도 남을 도우며 살아온 목회자 부모님을 존경하고, 그런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건강한 가치관을 가졌다. 인성교육에 치중하는 미국교육 시스템의 열매란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미국교육은 타고난 지능(IQ)에만 치중하지 않고, 후천적인 인성 능력 (EQ)을 더 중요시함은 잘 알려진 일이다. 요사이는 거기다 CQ(Change Quotient)와 PQ (Practicality Quotient)가 더해졌다. CQ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선도하며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다. PQ는 실용화 역량이다. 머릿속의 이론과 전략을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용하고 실용화할 수 있는가 하는 능력이다.

가수 박정현이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도 공부로 출세하는 길로 밀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노래 부르는 것이 더 행복한 줄 아는 인성(EQ)을 통해 가수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한국에 나가 15년 동안 언어소통의 어려움, 인맥의 부족, 연예계의 편견과 텃세 등을 극복하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국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았다. 그녀의 변화 대처 능력(CQ)과 실용적 사고(PQ)를 키워준 미국 교육과 성장과정의 덕택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기가 무엇을 즐기는가를 무시한 채 IQ만으로 일류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졸업 후 시들어 버리거나 불행해진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거기에 비해 소위 4Q를 충분히 활용한 그녀의 걸어온 길을 보면 이민 후세들의 밝은 가능성이 보인다.

‘CEO의 십계명’이란 글에 이런 비유들이 나온다. “프로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아마추어는 말로 보여준다. 프로는 불을 피우고 아마추어는 불을 쬔다. 프로는 여행가이고 아마추어는 관광객이다. 프로는 창조적 괴짜지만 아마추어는 전략적 노예이다.

프로는 변화를 추구하지만 아마추어는 예측된 틀 안에서만 논다. 프로는 미래 중심적이고 아마추어는 과거 중심적이다. 프로는 이끌기 위해 솔선하고 아마추어는 주어진 직책에만 안주한다. 프로는 실수를 하고 아마추어는 실패를 한다.”

비록 수없는 시행착오를 했지만 이제 가수로 우뚝 선 우리들의 2세 박정현은 4Q로 무장된 진정 아름다운 프로다.


김희봉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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