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로에게 힘이 되는 부부

2011-09-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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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자
상담심리학 박사

“희망 전하러 왔어요.” 닉 부이치치가 LA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방문한단다. 사지 없이 몸통만 갖고 태어난 닉이 환하게 웃음 지으며 신문에 나타난 모습은 마치 “내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으면 당신은 나보다 훨씬 더 많은 희망을 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사실 사지 없이 태어났어도 뭇사람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사람을 살리는 일을 저렇게 할 수 있다면 사지가 멀쩡한 우리 모두는 얼마나 더 많은 희망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까? 닉의 모습을 보며 “참 대단하다”로 끝내지 말고 우리 모두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불어 넣으며 살아갈 수 있다.

역시 희망의 에너지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가까이에서 지속적으로 불어넣어 줄 때 가장 빠르게, 가장 힘차게, 그리고 가장 길게 그 효과를 나타낸다. 아내는 남편에게, 그리고 남편은 아내에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어떻게 아내가 남편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돈이 마음대로 안 벌릴 때 남자들은 돈을 빨리 벌어야 한다는 부담도 크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스스로 남편과 아빠로서의 자기 가치를 상실할 때이다. 남자들은 그 상실되어 가는 자기 가치를 아내가 남편에게 주는 점수로 메워 나간다.


그러면 아내가 어떻게 하면 힘들어하는 남편의 하루를 희망차게 할 수 있을까? 맨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아침인사이다. 일 나가는 남편의 얼굴에 살짝 키스해 주며 “오늘도 힘들어도 즐겁게 보내도록 해요. 돈도 필요하지만 난 당신이 내 옆에 있어서 내 마음이 더 든든한 거 알고 있죠?”라고 말해준다. 하루를 시작하며 아내가 자기 때문에 마음이 든든하다는 말을 듣고 나가는 남편의 어깨에 어찌 힘이 주어지지 않겠는가?

둘째로, 남편의 존재에 대해 존중의 표현을 자주 해주는 것이 남편이 스스로 자기 가치를 찾는데 대단한 기여를 하게 된다. “여보, 당신 같은 남자는 아무리 봐도 없어요” “당신이 내 옆에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 “당신하고 차타고 있으면 다시 연애하고 싶어요” 같은 말은 남편의 땅에 떨어진 자신감을 올라가게 하며 자기 가치를 확실하게 찾게 해주는 말들이다.

세 번째로 남편이 집에 들어올 때 아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남자들은 여자가 상냥한 모습으로 자기 앞에 서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사자머리하고 인상 쓰고 있는 아내를 볼 때 “아내가 많이 바빴나 보다”라기보다는 “나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하며 그냥 짜증이 나는 것이 남자들의 성정이다.

네 번째로 역시 남자들에게는 성생활이 중요하다. 거절당하지 않고 환영 받을 때, 그리고 구박받지 않고 잘 끝낼 수 있을 때 세상을 얻은 왕처럼 자부심이 올라간다. 성관계 때 나오는 옥시토신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씻겨 내려서 온 몸과 마음을 다시 재생시켜 준다.

또한 아내들이 이렇게 남편들에게 힘을 북돋워주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지쳐 있지 않아야한다. 그러니까 남편들도 일이 끝나는 즉시 집으로 귀가해 가사일 돕고, 아이들 숙제 봐주고, 함께 시간 보내주어 아내의 몸이 피곤치 않게 도와야 한다. 그리고 아내가 마음이 상해있을 때는 아내의 말을 잘 들어줌으로써 남편을 향한 마음이 닫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자들에겐 대화가 사랑임을 기억하라. 아내가 “말 좀 해요” 할 때 충분히 들어주고 위로해줄 때 아내들의 마음속에 사랑의 꽃이 핀다. 그리고 2주일에 한 번쯤 “사랑해”라고 말해주라. 아내 생일 꼭 챙기고 결혼기념일 잊지 말라. 비싼 것이 아니어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포장하고 자상하게 아껴줄 때 내일도 열심히 살고 싶은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이 힘든 때에 서로에게 희망을 가득 불어넣으며 살자. 내게 있는 두 팔 벌려 지친 남편 안아주고 내게 있는 두 다리로 아내 위해 뛰어주며 내게 주어진 음성으로 희망의 말 해줄 때 우리 모두는 닉 부이치치보다 훨씬 더 힘차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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