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머리 속 사진기

2011-08-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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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진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매일 수십 장의 새로운 사진들이 올라온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연락도 자주 하지 않는 친구인데 사진을 너무 자주 올려 마치 옆에 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도 있다.

사진을 찍는 주된 이유는 후에 사진을 보면서 그 때를 회상하고 기억하기 위함일 텐데 당시 사진 찍는 데에만 집중했던 사람에게 어떤 회상거리가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더욱이 진한 회상에는 단순히 풍경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순간의 냄새, 소리, 분위기 등 수많은 공감각적 요소가 필요할 텐데 카메라 렌즈 속 세상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 감각들을 온전히 담아낼 여유가 있을까.


나는 이번 주말 나들이에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을 생각이다. 눈앞에 펼쳐질 크고 멋진 세상을, 내 감동을, 작고 네모난 렌즈 속에 가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정한 감동의 순간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무수한 감각의 조각들로 내 머리 속 선명한 사진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민진/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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