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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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수명이 얼마기에

2011-07-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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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시인


인간의 수명이 길어진 것은 사실이다. 60년대 중반, 평균수명이 33세이던 베트남 사람들도 이제는 평균수명이 65세라고 하니 좋아지는 음식과 발달되는 의학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6.25 당시, 한국인의 평균수명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40을 조금 넘은 수준이었으니 지금에 비해 절반정도 살다가 가는 셈이었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수명의 만기인 125세를 바라보기는 까마득하다. 환갑은 아직 청춘이라고 호들갑을 떨며 환갑잔치를 반납한 사람들이 많지만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부고장을 보면 주로 70대 전반에 가던 사람들이 요즘에는 70대 후반으로 단지 몇 년 더 길어졌을 뿐 아직도 70대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러니 80대를 등지고 간 사람을 보고 살만큼 살다가 가셨다고 말을 하고, 90대를 품에 안고 간 사람을 보면 수를 누렸다고 부러워한다.

세상만사,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고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다. 청춘이 있으면 곧 노년이 있고 취직하는 날이 있으면 반듯이 퇴직하는 날도 있다. 어느 날 슬픔이 찾아들면 다음엔 기쁨도 찾아들고, 고통이 오면 다음엔 기쁨도 온다. 이런 것들 가운데서 돌고 돌다 보면 어느덧 인생이 다 간다.

33의 짧은 나이를 살면서 나를 믿는 자는 죽음 뒤에 반드시 부활이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신 예수님이나, 80 넘어 긴 나이를 살면서 극락왕생을 설법하던 부처님의 삶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생의 끝은 끝이 아니라 그 끝 뒤에는 시작이 또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몸부림을 쳤다.

출세를 하던 사람도 내려 올 때가 있고 떼돈을 벌던 사람도 손을 털 때가 있다. 내려오거나 털고 나면 보이는 것이 있고 만져지는 것이 있다. 인생이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몇 자 안남은 인생의 짧은 길이에 그 끝을 생각하며 남몰래 아쉬워한다.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아쉬움도, 그리움도, 향수도 눈물도 가는 것 뒤에 찾아오는 아름다움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철도를 달리는 열차도 떠날 때 끝없이 갈 것만 같아도 종착역은 있고, 종착역에 닿으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 시작이 있다.

역사는 항상 앞으로만 가는 것 같지만 역사에도 뒤로 돌아가는 작은 시작이 있다. 우리들의 기억이다. 살아있는 한 결코 놓지 못하는 기억, 우리를 제자리에서 영원하게 하기도 하고 기억의 제목을 따라 다시 시작하게 하기도 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 인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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