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심 속 오아시스가 사라진다

2011-06-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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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엊그제 월스트릿 저널에 실린 한 기사에 눈이 갔다. 반즈 앤 노블의 주가가 수익 감소로 또 다시 급락했다는 기사였다. “아, 이러다간 보더스에 이어 반즈 앤 노블도 문을 닫겠구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괜히 남의 회사 걱정을 하는 게 아니다. 바로 전 주말 대형서점이 없어져서 ‘직접적인 고통’을 당했기 때문이다.

업타운 근처를 걷다가 갑자기 화장실에 갈 일이 생겨 링컨센터 인근 반즈 앤 노블로 급히 발걸음을 옮겼는데 어느새 문을 닫은 것이었다. 3층 높이의 유서 깊은 그 빌딩엔 대형 옷가게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옷가게다.

불과 7~8년 사이 서점과 레코드점, 비디오점 등 뉴욕시의 대형 문화공간들이 급격히 없어지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아마존 판매량이 기존 서점의 몇 배에 이르고 전자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노래와 영화는 거의 다운로드 받는 환경이다.


맨해턴에 엄청난 렌트비를 내고 매장을 열어 문화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노호의 타워 레코드점과 비디오점, 이스트 빌리지의 킴스 비디오, 6 애비뉴 23가의 반즈 앤 노블, 유니언스퀘어와 타임스퀘어의 버진 레코드, 팍 애비뉴 57가와 2 애비뉴 34가의 보더스 그리고 링컨센터 반즈 앤 노블까지 우리가 즐겨 이용하던 공간들이 차례차례 사라졌다.

요즘처럼 더울 때 혹은 추울 때, 비올 때 아니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 대형서점은 커피 한 잔으로도 몇 시간씩 쾌적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도심 속의 오아시스였다. 아니, 단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아니었다. 최신 잡지와 신간 서적을 읽고 새로 출시된 음반들을 들어보고 현재 뉴욕에서 향유되고 있는 최첨단의 문화 트렌드를 맘껏 느껴보는 공간이었다.

아울러 대형서 점들은 뉴욕 시내에서 갑자기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가야 할 때 가장 편안하게 들를 수 있는 장소이고 했다.
이 공간들이 패스트 패션 옷가게들로 바뀌어가고 있다.


박원영
뉴욕지사
경제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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