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좋은 글, 고운 말

2011-06-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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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글을 쓰고 말을 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고, 얼었던 마음도 녹는다. 오염된 말은 공해가 되고, 수준 미달의 잡 글은 실망일 뿐이다.

말과 글은 칼보다 무서운 무기일 수 있다. 말이 사라질 때 문화가 없어지고, 글이 사라지면 역사가 없어진다.
말과 글의 품위 있는 표현과 양질의 소통은 세련된 인격을 보여준다. 좋은 글과 고운 말은 사람을 춤추게 만든다.

일본은 옛부터 칼 잘 쓰는 사람이 출세했으나, 조선시대는 글 잘 쓰는 사람이 출세하는 사회였다. 말은 재주와 요령으로 잘 할 수 있으나 글 쓰는 일은 훈련과 교육 없이는 힘이 든다.

표현이 아름다운 글과 말은 감동을 준다. 눈물을 쏟아내는 설득력이 있다. 양심의 속살을 보이고 심적 변화와 결단을 보인다. “소인(小人)은 혀로 말하나 군자(君子)는 행동으로 말 한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가장 매력 있는 소통은 조심스럽게 억제된 표현이다.


양질의 글과 말의 비결은 다독이다. 통계적으로도 많이 읽는 사람이 명품 작가가 된다. 읽는 작업은 호기심이 많은 천성으로 과학자의 기질과 같다. 문제의식이 강한 작가일수록 의문이 많고 사물에 대한 끝없는 도전을 추구한다.

중국의 임어당은 언행일치에 대하여 “부득이 아첨해야 할 때는 말로 하고 글로 남기지 말며, 남의 허물이나 실수를 들을 때는 입으로 말하지 말고 적어 놓으라”고 경고했다. 율곡 이이는 “자녀가 어릴 때부터 착한 표현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어릴 때부터 글과 말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혼자 있을 때도 마음을 반듯하게 하고 자신에 대한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미국에서 한국어가 뜨고 있다.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는 최근 한국어학과 개설을 본격화 하고 있다. 미국의 일반 대학교에서는 수십년 전부터 한국어, 한국사, 정치, 경제 등을 강의 및 연구해 왔다.

이중 언어 구사에서 고상한 영어 구사가 필요하듯 한국어도 고급스런 소통이 필수적이다. 프랑스어는 국제외교에, 영어는 만국공용 비즈니스어로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폭력적 말과 글은 자신에 대한 학대이며 사회에 대한 공해이다. 고운 말과 진솔한 글은 예술이다. 젊은 세대부터 표준어 쓰기와 말은 반드시 필요하다.

원색적 사투리나 속어, 비어 사용을 삼가자. 품위 없는 말은 국제어가 못된다. 난폭한 표현은 문화인이나 평화인의 태도가 아니다. 신뢰는 자상한 표준어로 드러난다. 한국어의 격을 높이자.


김현길
지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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