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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MS67 졸업하는 이 현 군

2011-06-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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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프업/ MS67 졸업하는 이 현 군

<사진제공=Sean Studio>

MS 67을 졸업하는 이 현(패트릭 리)군을 보면 동네 아줌마들이 모두 한 마디씩 한다. “그 녀석 참 훤칠하게 자~알 생겼다.”

중학교 3학년의 키가 벌써 6피트에 가깝다. 단지 키만 큰 게 아니라 균형 잡힌 날씬한 몸매에 헤어스타일도 멋지고 패션 센스도 뛰어나고 미소가 가히 살인적이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 분위기라고나 할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미 여자친구들이 줄을 선 것이 당연하다. (지금 여자친구가 없다고 본인은 극구 부인하지만 의심스럽다)그래서 펌프업의 주인공으로 골랐다. 이 지면에 소개되었던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그럴듯한 수상 경력도 없고, 미술이나 음악에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모가 참 멋진 녀석이라서.

펌프업 섭외를 할 때 부모들의 반응은 거의 같다. “아이구, 우리 애는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는데요.” 그러면서도 계속 묻다보면 “뭐 이건 자랑할만한 건 아니지만...”이라며 이런저런 자랑거리가 줄줄이 나온다. 이 군의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상 받은 거 하나도 없구요”라는 말을 너무 반복할 때는 오히려 기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펌프업을 만들어 온 우리들이 겉으론 평범해 보여도 무궁한 가능성을 지난 어린 학생들을 소개하면서 너무 수상 경력이나 밖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닌가
하고. 솔직히 그렇게 ‘걸 만한’ 뭔가가 있어야 기사 쓰는 것이 편해서 꼭 “상 받은 것 없어요?”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왔다. 그리고 어디서 상 받았다는 학생들을 주로 찾아왔다.


그렇다면 이 현 학생은 정말 외모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을까? 아니다. 우선 이 군은 영재다. PS 108 영재반으로 킨더를 시작해 현재까지 영재반 소속이고 뉴욕시 최고의 엘리트 공립학교인 스타이브센트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이군의 어머니가 겸손이 아니라 정말로 “이 정도는 내세울 것도 아니다”고 믿는다면 한인 사회에 교육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는 의미. 물론 올해 스타이에 진학하는 전체 입학생의 무려 72%가 아시안 아메리칸이다. 그중 중국과 인
도계 학생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한인 학생의 수도 많다. 그러나 SHSAT를 치룬 전체 뉴욕시 학생 중 불과 3.7%만이 합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새삼 치열한 경쟁률을 실감할 수 있다. 주변에 이 학교에 다니는 한인 학생이 많다고 해서 ‘스타이쯤은 가볍게 들어가줘야’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다.

기본으로 하나쯤 다뤄야한다고 여겨지는 악기를 보자면 클라리넷 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오랫동안 재즈밴드 멤버로 활동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애프터스쿨 밴드가 아니라 소수정예만이 선발되는 MS 67의 공식 재즈밴드다. 이미 스타이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을 통과해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빠질 수 없는 항목이 봉사활동. 외모와는 다르게 사실은 공부보다 노동이 자신있다는 이군은 6월말 교회 청소년 멤버로 온두라스에 가서 중노동을 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곳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태권도, 춤 등 한국 문화 전파에도 힘쓰게 된다.

정리하자면 이군은 ‘교회오빠’의 자질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유망주다. 교회오빠라는 말은 짐승남, 훈남, 엄친아, 까도남 등 말 만들기 좋아하는 한국에서 가장 최근 유행하는 단어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멋진 남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교회오빠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으로는 ▶하얀 피부, 말끔한 외모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예의바른 생활 ▶깔끔한 셔츠에 가디건, 면바지 등 단정한 스타일 ▶긍정적인 표현을 잘함 ▶기타와 피아노 등 악기를 잘 다룸 등이다. 다니엘 최, 그룹 SG워너비의 이석훈, ‘위대한 탄생’의 조형우 등이 대표적인 이 유형의 연예인으로 꼽힌다. 우주항공 엔지니어를 꿈꾸는 이 현 학생이 너무 벗어나지만 말고 지금처럼만 죽 성장해준다면 확실한 ‘교회오빠’가 될 것이다. <박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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