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전의원의 몰락 전후
2011-06-19 (일) 12:00:00
필자가 한국 신문들의 발전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국회의원을 선량(選良)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직하고 선량(善良)한 사람들 중에서도 뛰어나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로 뽑혔다는 뜻에서 그리 쓰기 시작했던지 또는 해방 직후의 언론계가 일본 신문 용어를 많이 답습해서 그리 되었던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분명한 것은 어느 사회이든지 선량한 사람들만 아니라 사악한 사람들이 더 많은 현실 속에서 국민의 대표들 중에도 청렴결백한 도덕군자들만 있는 게 아니라 간사하고도 도덕적으로 패괴한 자들도 있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약 10만 명 중 하나거나 미국의 하원의원처럼 거의 70만 명 중 하나로 뽑히자면 상당한 경력과 전심전력의 노력이 필요하다. 입법부인 만큼 법률가 출신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변호사거나 다른 직종이면서도 젊어서부터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의 활동에 뛰어들어 시·군 단위의 각종 위원회의 경험을 거친 후 시의원 또는 주의원으로 이름이 날려야 은퇴하는 연방의원 후보로 뽑히고 선거전에서 상대당의 후보를 눌러야 상원이면 100명(세계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클럽·the most exclusive club in the world), 하원이면 435명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니까 그 승리감과 도취감은 대단할 것이다.
일단 의사당에 입성하고 보면 비서실장을 포함한 20여명의 보좌관들이 그의 수족처럼 움직여주는 데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로비스트들의 아첨으로 웬만한 겸양지덕을 갖춘 사람이기 전에는-아니 겸손한 사람은 아예 공직을 사양하겠지만- 기고만장하기가 쉬울 것은 당연하다. 또 권력 주변에는 부나비가 들끓게 마련이다. 로비스트들이 미인계를 쓰기도 하겠지만 스포츠나 연예계의 스타들에게 따라붙는 헤픈 여자들(groupie)의 현상은 정치인들에게도 생길 수 있다. 그에 더해 정치인들의 무한대 권력 유지 욕망은 여성 편력 또는 성적 정복의 욕망으로 타락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근에는 많이 달라져 다행이지만 인류 역사는 힘 있는 남자들에 의한 여자들의 유린 역사라고도 볼 수 있다. 수많은 전쟁들의 최대 피해자들 중에는 전몰자들만 아니라 전승국에 끌려간 여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치 전승의 영웅(?)들이 죽은 적군의 머리수를 세었던 것처럼 겁탈한 여자들의 수를 마음 속으로 간직하거나 동료들 사이의 음담패설로 삼았을 것이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영광과 위엄은 왕궁이나 고루거각의 크기와 거느린 비빈들이나 처첩들의 수에 비례했던 역사를 생각해보면 과거처럼 드러 내놓지는 못하지만 여성 편력쯤이야 권력자의 특혜인양 생각하고 행동하는 자들의 정신세계의 유산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인들의 불륜행위들이 하도 많이 발생하여 또 그러려니 하는 중에도 엊그제 하원의원직을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앤소니 위너의 사건은 좀 색다르다. 자신의 외설적 사진들을 여섯 여자들에게 보내고 음란 대화를 나누었다지만 본인 말로는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니까 인터넷 세상에서나 가능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가상 성행위 때문에 발단된 사건이었다. 그가 애당초 거짓 없이 고백했던들 그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수석보좌관인 그의 부인과의 결혼을 주례했던 빌 클린턴이 소위 지퍼게이트(Zippergate)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재선되었던 것처럼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건졌을지도 모른다. 그의 몰락은 한동안 계속되었던 뻔뻔스러운 거짓말 때문이었다.
그가 유대인으로서 모세의 10계명을 많이 외웠을 텐데 제9명과 제 10계명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나가게 한 모양이다.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 하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찌니라.’ 위너 전의원은 자기의 섹스팅(sexting) 대상 여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회유했다니까 제9계명을 어긴 것이다. 또 그들 중에 기혼자들이 있다면 이웃의 아내에게 탐심을 품은 것이 된다. 보기만 하는 데야 무슨 해가 있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견물생심의 원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꾸 보거나 마음에 그리다 보면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오직 각 사람이 시험을 받는 것은 자기 욕심에 끌려 미혹됨이니 욕심이 잉태한 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서 1:14, 15).” 영화, TV 그리고 인터넷 상의 음란 폭력물들을 피해야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