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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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좋은게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2011-06-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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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은주(뉴욕한인교사회장)

교사가 되려면 반드시 심리학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적극적인 강화 행동(positive reinforcement)과 부정적인 강화 행동(negative reinforcement)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학생들을 가르칠 때 적극적인 강화 행위를 많이 활용하라고 교수들은 가르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일정의 ‘꼬시기’ 방법, 예컨대 상을 주거나 벌을 주는 이른바 행동 수정(behavior modification)을 사용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한국문화에는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한인들이 이 철학에 맞게 살아가기도 한다. 문제를 느끼고 피해를 입어도 "좋은게 좋은 거니까 그냥 넘어가지"하면서 문제의 해결책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교육자로서 또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개인적으로는 이 철학이나 가치 체계가 참으로 위험하고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좋은게 좋은 것일까?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믿음과 행동으로 아무것도 대응하지 않는 사람은 문제를 도피하고 더욱 악화시키는 공범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자세는 발전도 없고, 배움도 없고, 정의도 없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 되는 것이다.


이웃이 우리 아이와 나를 괴롭혀도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좋은게 좋은 것이니 그냥 이민자로 참고 무시해 버리면 일이 해결될까? 마음이 괴로워도 그리고 몸이 아파도 좋은게 좋은 것이니 그냥 다 좋은 척하면 몸도 안 아프고 마음이 괴롭지 않게 되나? 누가 잘못하는 것을 보고 나에게 또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을 접하고도 ‘좋은게 좋은 것’이니 그냥 보고 가만히 있어야 할까?
한국식의 ‘좋은게 좋은 것’은 무심하라거나 무시하라는 뜻이고 나름대로 상상의 세계에서 살라는 도피의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일 뿐이다.종교에서 말하는 ‘용서’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좋은게 좋다고 믿다가는 우리는 망하고 만다. 좋은게 좋다를 실천할 때는 이 세상에 아무것도 발전할 수 없다.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좋은게 좋은 것이 아닐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잘못했을 때는 왜 이것이 잘못되었는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고 지적해줘야 한다. 잘했을 때에도 마찬가지다. 왜 잘했고 다음에도 잘 하라고 격려를 해줘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나 집에서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적극적인 강화 행동이다. 하지만 잘못한 것도 잘했다고 하고 좋은게 좋은 것이니 틀린 것도 맞다고 하면 부모나 교사는 잘못된 메시지를 자녀와 학생들에게 심어주게 되며 이것이 바로 부정적인 강화 행동이다.

어느 학생이 도둑질을 했다고 치자. 그리고 증거가 뚜렷이 있다고 치자. 이럴 땐 다음에 또 도둑질을 하지 않도록(to discourage negative behaviors) 벌을 줘야 한다. 하지만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나쁜 짓을 했을 경우에도 ‘애들이 다 이러면서 크는 것이지
뭐 생명에 위협을 주기라도 했나?’ ‘그까짓 것 내가 사서 물건을 잃은 아이에게 돌려주면 될 것을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나? 자기들은 어렸을때 한 번도 도둑질 안했나?’하는 반응 일색이다. 도둑질을 하다 학교에서 적발됐을 때에도 많은 학부모들은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오히려 잘못을 지적해 준 교사나 학교를 비판하는 것도 수없이 많이 목격해왔다. 어쩌다가 이렇게 왜곡됐을까?

하지만 결국 좋은게 좋은 것은 아닌 것이다. 결국 나쁜 것은 나쁜 것이다.
나쁜 것을 좋게 보면 판단을 흐리게 하고 상상의 세계로 유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모든 면을 부정적으로 보는 차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을 했으면 왜 그 일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참교육이다. 그리고 누가 문제를 제기하면 이를 방어하기 전에 시인할 것은 시인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또 정정당당하게 고칠 것은 고쳐주고 이해시켜야 하는데 많은 부모들은 무조건 자식 편을 들어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자식의 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자식을 구타하거나 심하게 혼낼 때도 있다. 우선 사실 확인을 위해 양쪽의 말을 모두 듣고 나서 분석하고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잘못을 했으면 자녀가 사과하는 것을 배우게 하고 또 잘못을 안 했는데 누명을 쓰거나 상대방에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었으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증거를 대고 당당히 직접적으로 싸워야 한다.

나쁜 것을 좋게 보라고 가르치면 도피의 방법을 가르치는 셈이다. 결국은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가르치면 도둑도 없고, 옳고 그른 것도 없고 다 좋다고 믿게 하는 것이니 더 이상 배울 것도 없고, 더 이상 알아야 할 지식과 진리도 없고, 더 이상 해결할 문제도 없고 더 이상 틀렸거나 잘못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다 좋고 ‘만사 OK’만 되는 셈이다.도피의 길을 걷거나 잘못된 길을 걸으며 남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지적하고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잡고 넘어가는 자세를 배우도록 하자. 좋은게 늘상 좋은 것만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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