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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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위협

2011-06-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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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론

한국에서 중간 규모 업체의 젊은 여직원이 회사 돈 17억 가량을 빼돌려 명품구입과 성형 그리고 유흥비로 탕진했다는 뉴스는 새삼 놀라운 사건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도덕 불감증과 혼탁의 수위를 엿볼 수 있는 하나의 조그마한 실례에 불과하다.

매일 같이 보도되는 공무원의 수회사건과 경제인의 불법 상행위, 각계각층의 다양한 비리는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호통 치는 국회의원은 어떻고 형벌을 정하는 판검사들은 과연 깨끗한가?

대통령 자신과 가족들조차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고 누구는 목숨까지 끊었으니 온 나라가 총체적으로 얼마나 부패했는가를 짐작케 한다. 매일 대하는 TV 속의 연예인들은 패션쇼인양 연기보다 외모와 차림새가 더 빛나고, 드라마의 경우는 재벌의 아들딸 등장과 호화생활이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세상이 온통 이런 판국이니 한참 유혹을 많이 받는 20대 아가씨가 그런 욕망에 빠진 것은 어쩌면 그렇게 만든 사회풍토에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자만이 능력 있는 사람으로 행세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 사상이 팽배하여 너나없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거나 가진 자로 보이려고 힘쓰게 되었다. 나보다 잘난 꼴 못 보는 한국인 특유의 성격은 겉모양과 허세가 통하는 한국사회에서 더욱 부정과 비리를 촉진시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자본주의 사회는 재화가 미덕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당한 축재정신이 요구되며 국가마다 이를 규제하는 법과 질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세상에서 돈이 싫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돈은 인간이 가장 경계해야할 관리대상이며 계층 간에 알력과 갈등을 유발시키는 첫째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의 부패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뿌리가 깊고 넓어 남북관계, 경제안정, 지역반목 등 그 어떤 현안보다도 먼저 해결해야할 최우선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 비리와 부정을 근원적으로 없애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인성교육과 가치관 정립이다.

한국은 물질적으로는 크게 발전하였으나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수십 년 후퇴하였다. 공교육, 사교육 모두 경쟁과 입시에 치중하여 교육의 참 목적인 사람 만드는 일은 등한시 하였다. 지금이라도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는 보이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내면에 있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는 법을 엄격히 시행하는 일이다. 한국의 법은 너무 물러 터져서 있으나 마나하여 국민들이 우습게 여기며 지키려고 하지도 않는다. 경찰관이 범죄자에게 찾기는 촌극이 벌어지고 돈 있고 권세를 가진 자들에게는 치외법권이나 다름없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못된 죄를 저질러도 무죄가 되거나 설사 실형을 받더라도 슬며시 복권이 되고 있다. 먼저 입법, 사법, 행정부에 속한 자들의 수회와 부정행위에 대하여는 비상 특별법을 제정하여 일반사건보다 몇 배 처벌을 강화하고 사면 같은 면책권도 아예 봉쇄시켜 법의 존엄성을 제고한다면 지금보다 악화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김정일이 아니라 내부문제이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것은 경제나 국방이 약해서가 아니라 국민들의 사치와 부패 그로 인한 분열 때문이었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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