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양에 봄이 오려면…

2011-05-13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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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튀니지, 이집트 등지에서 인민봉기로 인해 독재자들이 물러나자 많은 동포들이 북한에도 그 같은 인민봉기가 일어나 김정일 정권이 무너져서 멸공통일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희망은 북한을 잘 모르는 자의 허망일 뿐이다. 북한에서는 그런 반독재 인민 봉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대규모 반독재 시위는 대개 대학생들이 주도하기 마련인데 북한에서는 학교에서 공산주의 이론을 배우고, 공산주의 이론에는 프롤레타리아 독재(공산독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산독재의 필요성을 쉽게 설명한다면, 18세기 서구에서 혁명으로 왕정을 타도하고 공화정을 수립했었지만 공화독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정이 복고되기도 하였고, 한국에서 통일세력이 정권을 잡았으면 반통일 세력이 정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철저한 통일독재를 강행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반통일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되어 통일이 안 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북한 지식인들은 김정일 독재체제의 명분이 확실하다고 본다. 정치에는 명분이 중요한데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독재자들은 명분 없는 독재를 했기 때문에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민중봉기가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김정일 독재를 지탱해주는 명분을 없애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북한에 고무풍선을 보내거나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여 김정일을 자극하고 압박할 것이 아니라 북미 간 국교를 정상화하고 경제제재를 풀어서 남북 간 평화 공존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및 한국과 월남과의 관계 정도의 평화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그래도 북한에서 권력세습을 한다면 그 때에 북한을 나무래야 한다. MB 정권은 북핵 때문에 그렇게 못한다고 하지만 중국도 핵무기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공부에 열중하지 않는다면 먼저 면학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나서 그래도 공부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나무래야 할 거 아닌가?
우리가 군사독재와 맞서 싸울 때에 북한에서 우리를 돕는답시고 간첩을 보낸다거나 방송에다 데고 시위하는 학생들을 칭찬하고 남한정부를 비난하며 떠들어 데는 행위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었다. 무장간첩 김신조의 행위는 박정희 정권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주었었다. 그래서 군사정권은 선거 때가 되면 이미 잡은 간첩을 풀어놓고 다시 잡는 시늉까지 하였다. 김대중, 노무현을 당선시킨 대선 때에 북한이 잠자코 있지 않고, 김대중을 당선시켜라던지 노무현을 도우라고 떠들어대며 고무풍선을 남한에 날려 보냈더라면 이들 두 대통령은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MB 정권은 북한 인근 해역에서 사격훈련을 하여 연평도 포격사건을 유발하였고 대규모 풍선을 북한에 날려 보내면서 북한을 자극하여 김정일 독재체제의 명분을 강화해 주고 있다. 우파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은 그들이 군사독재 타도를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북미 간 국교를 정상화한다고 하지만 이 말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지 않았던 1994년 이전에는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북미 국교 정상화를 왜 하지 않았던지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궁핍은 김정일의 독재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경제제재 때문이므로 설사 김씨가 아닌 이씨나 박씨가 정권을 잡더라도 미국이 달러가 세계기축 통화라는 점을 이용한 경제제재 횡포를 중지하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우파들은 멸공(滅共)하고 싶어 하지만 멸공은 사상문제이고 사상문제는 군사적 위협이나 경제제재, 혹은 고무풍선 보내기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 속담에 미운 자식에게는 떡 하나 더 주라는 말이 있다. 사상문제는 남한에서 남아돌아서 처치 곤란한 쌀을 북한에 조건 없이 퍼주어 평화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 풀어야 한다. 그래야 평양에 봄이 올 것이다.
 (jkhwang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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