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를 양육하는 보람

2011-05-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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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워싱턴 여류 수필가협회, VA

“조나단의 까만 눈동자”
조나단은 이제 막 돌이 지나 걸음마를 시작한 한인 입양아다.
나로서는 처음 만나보는 어린 한인 입양아이다. 이제까지 6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오면서 청년이나 어른 입양인들은 종종 만난 적이 있지만 어린 아기는 처음이다.
내가 일하는 가게에 손님으로 오는 아기 아빠는 전형적인 백인이다. 그가 얼마 전에 남자 아기의 한복을 맡기러 왔기에 나는 부인이 한국인이냐고 질문했다.
그는 아니라고 하면서 한국 아기를 입양했다고 했다. 나는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난 그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존경심이 생겼다.
백년지대계 사람을 양육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얼마 후에 그는 그의 입양 아들을 우리 가게에 데리고 와서 나에게 소개해 주었다. 나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도 나에게 아들을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조나단을 처음 보는 순간, 난 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생김새에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결코 전에 만난 적이 없는 것만은 분명한데 왜 이렇게 가깝게 느껴지는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한국 속담이 떠올랐다. 어쩌면 나의 아들, 나의 조카의 어렸을 때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 친조카를 만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뭉실뭉실한 둥근 콧날, 쌍꺼풀 없는 두 눈, 영특해 보이는 똘망똘망한 눈망울. 조나단도 별로 수줍어하지 않고 나를 보고 해맑게 웃었다. 아기가 웃을 때 얼마나 귀여운지, 나는 콧날이 시큰해지고 내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친생모가 누구일까? 무슨 이유로 이 어린것을 떼어놓아야 했는지, 혹시 이 아기가 그리워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떤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조나단과 헤어졌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나의 아이들을 키워본 결과, 하루도 떼어놓고 싶지 않은 아이들인데, 그 어미의 심정이 어떠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이 더 쌓여가고, 사춘기를 지나면서부터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은 성숙한 교감도 가질 수 있게 되고, 한 인격체로서 이 사회의 한 일원으로 자기 몫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도 되었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함을 알고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키워나가는가 그 과정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한 추억이다.
조나단의 생모는 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지금의 조나단의 양부모는 조나단이 나중에 다 자랐을 때 한 인격체로서의 만남의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성숙한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자식의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보람있는 일이다.
이 땅의 많은 여성들이여! 자녀를 기르는 과정에서 얻는 행복과 보람을 놓치지 말자! 그 기쁨을 다른 이에게 양보하지 말라! 나의 것으로 쟁취하자! 자녀를 키우는 그 힘든 과정은 잘나고 못남을 떠나서 너무도 값진 경험이다.
나는 조나단의 양부모가 이점을 항상 잊지 않기를 희망한다. 많이 사랑받고, 마음껏 꿈을 펼치며 자라주기를 바란다. 지금과 같은 순수하고, 밝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그 양부모에게도, 어린 조나단을 키우면서, 그 어떤 다른 일을 한 것보다도, 보람 있는 일을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려나기를 바란다.
인디언이 말을 달리던 이 땅위를 조나단의 힘찬 말발굽이 밟고 나아가서 전 세계로 향한 힘찬 도약을 이룩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조나단 사랑한다, 행운의 여신이 항상 네 곁에 머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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