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유타주에 있는 스키장에서 지내다 왔다. 광활한 미국 대륙은 서부에서도 북극의 겨울을 맛볼 수 있다 2002년 솔트레익 동계올림픽 숏트랙 경기에서 미국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가 ‘할리웃 액션’으로 김동성을 밀쳐내고 금메달을 빼앗은 논란으로 얼룩졌던 곳이다.
난생 처음 곤돌라를 타고 해발 8,000피트가 넘는 산꼭대기를 올라가는데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했다. 산 정상에 올라가 보니 카페와 상점이 가득히 늘어선 유럽과 미국 대륙의 문화를 접목시킨 듯한 그림 같은 마을이 펼쳐져 있다.
무거운 스키장비 옷을 입은 20대와 30대의 젊은 스키어들이 산봉우리에서 깎아지른 능선 절벽으로 쏜살같이 미끄러져 내려가고 있다. 스키어들은 모두 금발의 백인들이다. 근대사에서 오스트리아의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스키문화를 남
긴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후손들이 아닐까.
스키장에 유색 인종이라고는 우리 가족뿐이다. 따지고 보면 눈부신 아름다운 협곡의 스키장 주인은 ‘산의 사람’이라고 불리는 인디언 부족이었다. 유타(Utah)는 인디언 부족의 말로 ‘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유타주는 원래 번영을 누리던 나바호족인 인디언 부족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소박한 토착민인 인디언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정복하거나 도전하지도 않았다. 유타주는 미국이 영토 확장으로 일으킨 멕시코 전쟁(1846~ 1848)의 전리품으로 얻은 땅이다. 그 후 서부 정복과 영토 확장 후 1861년 남북전쟁으로 이어졌고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탄생시켰다
유타주는 끊임없는 수탈과 영토분쟁의 각축장이었다. 이곳의 토착민인 인디언 부족들은 참혹한 생존의 위협 속에서 맞서 싸우다 ‘1847년 몰몬교 신도들이 이주하여 정착하면서 척박한 땅인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혀버리게 된다. 그들은 잃어버린 땅, 잃어버린 시간 속의 잊혀진 사람들이다. 아득한 옛날 베링해협을 건너 미국 대륙으로 넘어온 원주민 인디언은 나와 같은 DNA의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유타주는 우리나라 남한을 합한 면적보다 2배가 넘는다고 한다. 얕은 야산이 둘러싸인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겐 거대한 계곡의 스키장은 너무나 위협적이다. 짜릿한 긴장감의 스키 문화에 푹 빠 져있는 이민 2세인 우리 아이들을 고국에 데리고 나가 토속적인 비문명 지대의 문화를 한 번쯤은 맛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유타주 스키장 산봉우리의 식당 창밖에는 함박눈이 흰나비처럼 춤을 추며 내리고 있고 깊은 계곡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스키장의 계곡에는 인디언들의 슬픈 역사의 흔적이 눈부신 하얀 눈 속에 덮여 있다.
박민자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