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벌과 무관심

2011-04-2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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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성 프로그램 디렉터

부모된 사람이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러한 마음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들의 행동 하나 하나에 관심을 갖고 걱정을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질구레한 일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참견하게 된다. 이럴 경우, 부모의 관심이나 참견은 자녀들에게 말로 전달 되게 마련인데 이때 자녀들이 느끼는 ‘부모님 말씀’은 대개 ‘안 돼’ 또는 ‘하지 마’ 등과 같이 금지나 야단을 치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에 짜증을 앞세우는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 이를 본 부모는 다시 ‘벌’을 꺼내드는 악순환이 뒤를 잇는데 이는 부모들이 자녀를 키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벌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벌이 자녀들의 행동지도에 효과적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벌이 행동지도에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고 할지라도 한 번쯤은 그 의미를 살펴 볼 필요가 있으며 그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자녀들에게 부적절한 관심이나 벌을 주는 것은 억제되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벌이란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그 의미는 좀 더 광범위해서 ‘어떤 행동의 빈도나 강도를 감소 또는 제거시킬 수 있는 모든 자극’으로 해석된다. 예컨대 엄마가 울고 있는 아들에게 ‘울지마!’라고 소리를 치자마자 울음을 그쳤다면 엄마의 ‘울지마’라는 소리침은 곧 벌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벌은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행동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조심스런 부분도 있다는 사실을 많은 부모들이 간과하고 있다.
먼저 벌을 받은 경험은 ‘오래 기억되고 쉽게 재생된다’는 점이다. 이때 함께 기억되는 것은 벌의 유형은 물론 벌을 준 사람, 장소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까지 기억에 남아서 자기가 벌 받았을 때와 유사한 환경이나 조건이 갖추어지면 전에 벌 받았던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이다.
벌은 또 벌을 준 사람에게 정서적 반응을 일으켜 공격적 행동을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벌을 받게 되었을 때 이를 거부하며 반발해서 그 벌을 피할 수 있었다면 이는 공격적 행동이 강화를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이렇게 강화를 받은 행동은 앞으로 벌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벌은 도피 또는 회피행동을 유발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부모의 조언을 ‘잔소리’로 해석하기도 하고 ‘사랑의 매’를 ‘구타’로 여겨서 부모와의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려 하거나 아예 가출해 버리는 등의 도피 행동을 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자녀지도에서 벌의 사용은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벌 보다 효과적이고도 부작용이 없는 행동지도 방법은 무엇인가?
행동수정 이론에서는 이를 ‘상반 행동 강화와 무관심(소멸법)’이라고 하는데 이는 부모가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이전처럼 관심이나 참견을 하지 않는 (무관심) 대신 ‘바람직한 행동’들에 대해서 관심과 칭찬을 해 주는 방법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이제부터 부모의 관심과 칭찬이 자녀들의 바람직한 행동, 예쁘고 착한 행동에 듬뿍 주어졌을 때 자녀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의 미소가 보이고 부모의 기대와 욕심은 아름답게 영글어 갈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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