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의 장애

2011-04-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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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장애인을 보면 안타깝게 여긴다. 자신은 육체적으로 아무 부족함이 없는데 장애인은 부족함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신체적인 장애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바로 마음의 장애다. 육체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 가운데 그 장애를 잘 극복하여 일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육체적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는 사람임에 불구하고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보이는 육체는 괜찮은데 보이지 않는 마음에 장애가 있기에 그렇다. 시각장애인인 한국에 사는 송경태(50)씨는 29년 전 군에서 탄약고를 정리하다 수류탄이 폭발해 두 눈을 잃어버렸다. 제대 후 송씨는 인생을 포기했다. 저수지에 투신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성직자가 찾아와 ‘자살’을 주문처럼 외워보라고 했다. “자살자살자살자살자~”하고 외다보니 자살이 ‘살자’로 바뀌었다. 그의 인생도전은 이렇게 ‘살자’로 시작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홍보를 위해 미국에 들어온 송씨는 뉴저지에서 LA까지 안내견 한 마리만 데리고 3,000마일을 걸어 횡단했다. 그 횡단 중엔 사막도 있었다.


이 후 그는 계속 사막 마라톤에 도전했다. 2005년 사하라사막, 2006년 고비사막, 2008년 남극대륙과 칠레 아타카마사막, 2009년 나미브사막과 2010년엔 타클라마칸 사막을 횡단했다. 사막의 마라톤 코스는 짧게는 3박4일, 길게는 6박7일이 걸린다. 발바닥 껍질이 벗겨진다. 송씨는 오는 6월 고비사막과 9월 호주 사막 마라톤에 다시 도전한다. 그리고 그는 올해 ‘신의 숨결 사하라’란 책까지 출간했다. 그는 “사막이 준 시련 덕에 인생은 살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육체가 장애 없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장애를 가지고 살면 그 역시 장애인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보이는 장애보다 더 고치기 힘든 장애가 마음의 장애라 할 수 있다. 마음의 장애는 영혼까지 썩게 만든다. 산에 갈 때마다 늘 보는 현상 중 하나가 있다. 커다란 나무가 힘없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다.

아주 덩치가 큰 나무들이다. 겉으로 보면 어디 하나 상한 곳이 없다. 자세히 보면 나무 밑둥치와 뿌리가 썩어 있다. 나무를 갉아 먹는 벌레들의 짓이다.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 즉 뿌리나 마음이 썩어들어 갈 때 그보다 더 큰 장애는 없다.

요즘 한국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자살과 유명 교수의 자살은 모두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지 못해 일어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육체적 장애는 안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자살하기까지 마음의 장애는 아무도 보질 못한 것 같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이 날 하루만이 아니라 항상 장애인에게 격려와 용기를 보내자. 또 신체적 장애는 없을지 몰라도 마음의 장애는 없는지, 다시 한 번 자신과 가족들을 되돌아 봤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애가 있으면 보이는 육체는 금방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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