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2011-04-21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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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부순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겨우내 동토에서 생명을 유지하던 수선화가 곳곳에서 수줍은 듯 자리하기 시작했다. 춘삼월은 어느 새 지나가고, 따스함이 덥혀지는 4월이다. 덥혀지다니? 세상사를 느끼는 것이 규격에 따라지는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감정이 무디어져서 그러는 때문인 거로 생각됐다. 아름다운 음색을 지닌 새가 노래를 하는 건지 우는 것인지 소리를 낸다. 우리 표현대로 해야겠지? 구슬프게 아니고 청아하게 우짖는다. 따스함이 흐르는 속에 있자니 졸음이 왔다. 차가움이 없는 속에서 즐기는 오수라,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스한 공기와 합해진 새 소리가 들려왔다. 긴장이 풀려서 해이함이 느껴지는 중에 말이다.
어느 정도의 음높인가 하면, 아마 ‘라’에 해당 되는 음색일 것이라 추측한다.
곱고 청아한 음색으로 우짖는 새소리를 듣자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자기 최면에 걸린 듯이 콧노래를 흥얼이다 보니 예전에 즐겨 불렀던 가곡이 나왔다.
음치의 3대 요건이 뭔고 하니, 청중을 무시하는 것이고, 음정 박자를 무시하는 것이고, 제 흥에 겨워 불러야만 그 조건을 따르는 것이 된다. 언젠가부터 음치인 나는 위에서 밝힌 대로 하지 않더라도 모든 것이 내 하고 싶은 대로이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울던 새 소리가 일시에 멈췄다. 아마 내 노래 소리를 들은 새들이 최악의 소리 공해인 거로 여겨서 차라리 자기네 울음을 멈춘 것이리라.
살면서 천국과 지옥을 맛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본인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간만에 좋은 기분을 얻어 노래한 건데, 새들이 내 노래를 소음으로 여긴 듯 생각하니 화가 났다. 감정을 자제시키면서 마치 새가 내 앞에 있는 듯이 말했다. “보래이, 왕년에 좋지 않았던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내도 왕년에는 비단결 같이 고운 목소리였단 말 아니가. 나를 무시하는데, 니 그러는 거 아니다. 니도 언제 목소리에 종말이 올 지 어떻게 아는가 말이다. 그래도 말이다. 내 왕년의 꿈이 뭐였는지 니 아냐? 내가 카수를 꿈꾸었다면 니 믿어지나?”
지금은 기계가 이 안 맞혀 돌아가는 듯한 음색으로 노래하지만 발성연습, 그리고 호흡이 길어지게 부단히 노력하다보면, 내 노래에 날개가 생겨 모든 이의 마음으로 날아가 그들의 마음을 만져주게 될 거라고 믿는다. 난 왜 노래에 미련을 못 버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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