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포기되지 말아야 된다
2011-04-15 (금) 12:00:00
한국 최고 명문대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이 40년 역사상 최고의 위
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
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취진해 오고
있는 개혁을 중단해야 하는 위기다.
그 위기는 금년 들어 4명의 학생과 1
명의 교수가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
면서 일부 학생들과 교수들이 이 사
건에 대한 책임을 서남표 총장에게
물으면서 불거졌다. 지난 11일 이 대
학의 교수협의회 비상총회에 참석한
189명의 교수가 투표한 결과 56%가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자’ 그리
고 33.8%가 ‘용퇴를 요구하자’로
나타나 개혁중단과 총장사퇴를 압도
적으로 찬성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개교 이래 첫 번
째 열린 비상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은
‘서 총장의 개혁이 실패가 아니다’
라는 쪽으로 입을 모아 교수들과 의
견을 달리했다. 즉 852명이 참석한
비상총회에서 찬성 416명, 반대 317
명, 그리고 기권 119명으로 ‘서 총
장과 학교당국의 경쟁위주의 개혁을
실패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또 오명 이사장이 긴
급 소집한 9일 임시 이사회에서도 서
총장에 대한 사퇴요구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서 총장은 긴급비상대책위
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의, 교수협의
회와 학생총회가 이 안을 받아드렸
다. 따라서 교수협의회 대표 5명, 총
장 지명 교수 5명, 학생대표 3명으로
구성된 혁신비상위가 현안문제를 토
의, 서 총장에게 보고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감정적
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접근되어질 수
있는 징조가 보여 다행한 일이다.
그 동안 흥분 속에서 객관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기도 전에 서 총장에
게 모든 책임을 몰아 부친 대부분 언
론과는 달리 일부 언론은 이 사태를
차근차근히 한국 대학의 문제점들
을 역사적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카이스트 문제를 접근함으로써 여론
의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또 한국
국회 교과분과위 여야의원들이 입
을 모아 서 총장을 마치 ‘파렴치 한
철면피’로 낙인찍으면서 마녀사냥을
시도했지만 여야 전체 의원의 동의
를 얻지는 못했다. 거기다 서울대 법
학대학원 진보성향의 J모 교수는 “
서 총장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사퇴
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
국 교수사회의 동의를 구걸했지만 망
신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보기에는 이번 카이스트 사
태가 불거진 직접적인 이유는 학생
자살 사건에 있으나 이 사건을 부추
긴 간접적인 원인은 카이스트 일부
교수들에게 있다고 본다. 카이스트
에서의 자살 사건은 서 총장이 2007
년 등록금 등급제를 실시하기 이전
에도 5건이나 있었으며 금년 들어 연
달아 일어난 4번 사건 가운데 성적
문제로 고민 끝에 자살을 택한 경우
는 두 번이다.
서남표 총장은 2007년 첫 임기를
마쳤다. ‘카이스트의 개혁전도사’
라는 별명을 얻으면서까지 임기 첫 4
년 동안 개혁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
러나 그의 재임용에는 험난한 길이
앞에 놓여 있었다. 일부 교수들이 반
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서 총장은
교수정년 심사제도를 강화, 연구 실
적이 부진한 교수들을 대거 탈락시
킨 것이다. 한국 대학가의 전통으로
알려진 ‘철밥통 교수직’을 깨고 만
것이다. 국어에 관련된 과목을 제외
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 할 것
을 요구한 서 총장의 정책은 일부 교
수들에게 더욱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카이스트는 다른 국공립대
학의 경우와 같이 직선제를 통해 총
장을 뽑지 않는다. 이사회가 선출권
을 가지고 있다. 2007년 7월 이사회
는 만장일치로 서 총장의 재임용을
승인했다. 서 총장은 재임용이 되면
서 이른바 차등적 등록금 제도를 도
입했다. 공부를 잘하고 정도에 따라
등록금을 전면 면제받거나 일부 반
환해야 하는 제도다.
어느 조직이든 개혁과 변화를 두
려워하게 마련이다. 카이스트도 그
런 조직의 한 예다. 교수는 높은 수
준의 논문을 써야 하고 영어로 강의
해야 하는 스트레스 속에서 지내야
한다. 학생도 전액 장학금을 유지하
기 위해 공부에 사투를 벌여야 하고
영어 강의를 소화해야 하는 스트레
스 속에 산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 카이스트는 영국 타임스지의
세계 대학평가에서 2005년 232위로
부터 2009년 69위로 올라선 것이다.
또 공학 정보분야 21위, 자연과학분
야 39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가져왔
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개혁이 후퇴
해서는 한국대학교육에 전망이 없지
않을까?
개혁은 포기되지 말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