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술 병

2011-04-14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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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봉호 시인, MD

매끈하게 쭉 뻗은 긴 목 라인(line)
가냘픈 허리 곡선.
그 안에 담겨 있는 맑은 눈물
대롱대롱 매달린 수정(水晶)알.
나를 들어 입맞춤하지 못하는
그대의 소심한 성격을 탓하며
내 분신에 입술을 맡기고 만다.

내가 서있는 자리마다
그대 한숨 어린 대화들과 부딪히는 즐거움이,
깜깜한 어둠 고여 있는
지루한 공간을 헹구어 낸다.
내 주위를 정돈시킨 채
나를 닮은 전령사의 입김이 헉헉 달아올라
솟구치는 그대의 체온은 점차 뜨거워진다.
나를 향해 가슴을 열 때마다
뜨거워진 몸뚱이로 뒤척이는 손놀림.
잽싸게 풀어 보이는 내 앞가슴 보려고
허리 굽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간직하며
이미 넘어 버린 통정(通情).

비밀이 먹히지 않는 좌석마다
큰 하품이 포물선처럼 그려졌다가 사라진다.
밝힐 수밖에 없는 진심(眞心)들이
편린(片鱗)처럼 날카로웠다가
새벽녘 가까이 와서야 사그라진다.

비로소 내 곁을 하나 둘 떠나며
잠시 별거 하고 싶은 그대들의 체취(體臭)에
거리낌 없이 굴복하고 만다.
아! 지금은 내가 죽도록 밉겠지만
내일이면 또 그리워 날 찾을 그대
허전한 마음들과. 내 날렵한 몸매와.
내 안에 톡 톡 톡 쏘는 눈물을 위하여!
거 ~ 언 ~ 배 ~ 건 ~ ~ 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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