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드러움으로

2011-04-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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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개는 수리과에 속하며 독수리와는 사촌이고 몸집으로 말하자면 독수리는 큰 형, 둘째가 솔개(black Kite), 막내가 매란다. 독수리가 다른 새들을 잡아먹는 것과는 달리 솔개는 들쥐나 작은 포유류 등를 잡아먹고 산다. 또한 독수리와 솔개는 의지력과 인내력이 강한 새로 새 중에서 가장 장수하는 70~80세를 사는 새들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늘 멋지게, 위엄 있게 오래 사는 건 아니란다. 40세가 되면 발톱이 안으로 굽어져 먹이를 잡을 수가 없고 부리 또한 가슴 쪽으로 구부러지고 날개도 깃털들이 두꺼워져 날아다니기도 힘들어진단다.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피나는 각고를 겪고 30년을 더 살 것인가? 고통을 감내해서라도 오래 살겠다는 결심이 서면 높은 산 바위 위로 올라가서 바윗돌에 자신의 부리를 모두 찍어 부수고 나면 새 부리가 생기고 이 새부리로 날개털을 모두 뽑고, 발톱을 모두 뽑아내는 고통을 겪고 나면 새 날개와 새 발톱이 생겨서 이때부터 다시 3,40년을 독수리, 솔개의 위세를 떨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거미는 온몸을 통통하게 살찌게 한 후 새끼를 배고 새끼를 낳은 후에는 저축해 놓았던 영양소로 새끼를 키우고 마침내 새끼가 다 자란 후에는 어미 거미는 껍질만 남은 채 흘러가는 냇물에 쓸려 거미의 일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동물, 조류, 곤충의 세계도 이렇게 극과 극의 생활사가 있듯이 사람의 일생도 주어진 환경과 마음 먹고 행동하기에 따라서 활기차게도, 초라하게도 되는 것이 아닐까.
봄 꽃샘추위 속 찬바람이 옷깃에 스며들고 밤하늘은 한없이 맑아 반짝이는 별들이 가득 채어진 밤이다.
문득 오래 전에 읽었던 어느 책속의 글들이 내 앞에 큰 활자로 나타난다. 임종을 앞둔 스승이 제자인 노자(老子)를 불렀다. 스승은 자신의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내 입 안에 무엇이 보이느냐? 혀가 보입니다. 이는 보이느냐? 스승님의 치아는 다 빠지고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는 다 빠지고 없는데 혀는 남아 있는 이유를 아느냐? 이는 단단하기 때문에 빠져 버리고 혀는 부드러운 덕분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긴다는 진리의 말씀이다.
어느 누구의 입 안에나 다 들어 있는 세상사는 지혜, 우리가 놀리는 이 짧은 혀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진리는 우리들의 차원으로 끌어내려질 수 없다. 오직 우리 자신이 진리의 차원으로 우뚝 올라서야만 한다. 수범지교(垂範指敎)라는 말이 있다. 가르침에 있어서 백번의 말보다 솔선해서 모범을 보여 그것을 가르침의 근본으로 삼는 것이 훨씬 낫다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 지혜로운 사람은 논하지 않는다. 지혜로운 사람은 스스로 증거한다. 강한 인간이 되고 싶다면 물과 같아야 한다. 물 흐르듯이 살아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딱딱함만 강요한다면 누구에게나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햇빛이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주듯, 웃는 얼굴은 햇빛처럼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주고 사랑은 받는다.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려면 먼저 찌푸린 얼굴을 거두고 웃는 얼굴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명랑한 기분으로 생활하는 것이 육체와 정신을 위한 가장 좋은 건강법이 아닐까. 값비싼 보약보다 명랑한 기분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약효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봄을 맞아 한층 경쾌해진 새들의 합창소리가 멋스럽게 들려오고, 화려하게 피어난 예쁜 꽃들이 온천지를 아름답게 수놓는 멋진 계절이다. 겨우내 칙칙했던 때를 말끔히 벗어내는 자연의 순리에 탄복하며, 묵은 때를 벗긴 따사한 햇볕처럼 따뜻한 웃는 얼굴과 부드러움으로 또 진실함과 겸손함으로 매일매일의 삶이면 좋겠다.


유설자
워싱턴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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