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간과 시계

2011-04-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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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석환 목사/실버스프링, MD

사람들은 좋은 시계를 갖기 원한다. 입학선물 졸업선물은 물론이고 신랑신부의 결혼 선물도 시계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때 선물로 주는 시계는 보통 시계가 아니다. 통이 큰 사람 사이에는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명품시계가 왔다 갔다 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서민들로는 상상할 수 없다.
나는 아직 몇 십 불을 넘어가는 시계를 차 본 일도 없고 한때는 시계를 차고 다니지도 않았다. 손목이나 손가락에 무얼 걸치고 차는 것을 싫어해서 시계 없이 다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시계가 도처에 널려 있어 어디서든 고개만 몇 번 돌리면 시계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차안에도 정확한 시계가 부착되어 있으므로 어디를 가거나 오거나 과히 답답하지 않다.
그런데 어찌하여 사람들은 아직도 시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일까? 어찌하여 시계에다가 많은 돈을 들여 사기도 하고 또 그 고가의 시계를 차고 다니는 것일까? 어떤 집에 가보면 커다란 시계를 거실 한 쪽에 모셔놓고 사는 경우를 보는데 정말 그 시계의 위용은 대단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하다.
자고로 시계가 소중하다 해도 시계를 잘 모셔야 된다고 경각심을 촉구하는 금언이나 격언은 없다. 아마 시계를 만드는 공장이나 시계를 파는 가게나 값비싼 시계를 차고 다니는 사람은 시계를 소중하게 다루고 주의하기를 마지않겠지만 사실 우리가 조심하고 귀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시간인 것이다.
그러함에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망각하고 시계를 벌벌 떨며 간수하고 있으니 참으로 모순이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다. 물론 인간 세상에 앞뒤가 맞지 않는 진실이나 뒤죽박죽 된 모순이 허다하지만 시계는 안방이나 금고에 모시고 시간은 현관이나 신발장 위에 놓인 것과 같은 모습을 보며 한심함을 금하지 못한다. 우리가 정작 아끼고 모셔야 할 것은 시간이지 시계가 아니다.
시간을 일러 금보다 귀한 것이라고 했을망정 시계를 높여 취급하는 것은 어딘가 이치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허기야 귀한 시간을 담은 그릇이니 그 시계를 구박할 수야 없지만 시계의 위용에 밀려 시간을 소홀히 취급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떤 남자가 급하게 기차 정거장으로 달려갔다. 그는 차표를 사지 않고 개찰구로 뛰어가서 역무원을 붙잡고 허겁지겁 물었다. “다섯 시 열차는 언제 출발합니까?” 그러나 역무원은 급하지 않다. 태연하게 대답을 한다. “다섯 시 열차는 다섯 시에 정확히 출발합니다.”
그 남자가 다시 물었다. “제가 여기 들어오다가 벽시계를 보니 다섯 시 5분이었는데, 동시에 내 정확한 손목시계는 다섯 시 5분 전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느 시계를 믿어야 옳단 말입니까?” 역무원은 한심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느 시계를 믿든 그것은 당신 자유입니다. 그러나 열차는 분명히 다섯 시에 출발하며 그 열차는 방금 마지막 기적을 울리며 떠났다는 사실입니다.” 그 남자가 놀라며 값비싼 손목시계를 보니 시간은 여전히 다섯 시 5분 전에 멈추어져 깊은 잠에 떨어져 있었다. 웃자는 얘기지만 우리는 이런 황당한 상황에 놀랄 때가 많다.
무엇이 소중하고 무언이 비싼 것인가. 지금 당신의 팔뚝에 매달린 시계가 아니라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 시간이다. 지금도 여전히 달려가고 있는 내 생명이다. 시계가 운명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내 삶을 흔든다는 일임을 잊지 말자. 시계는 명품인데 시간은 헐값으로 넘기는 우매한 인간이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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