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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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추억

2011-03-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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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춘삼월이라 봄바람이 살살 볼을 스쳐 가곤 한다. 집 마당에는 백옥같이 하얀 꽃망울이 봄비를 맞아 떨어져 있고, 이웃집의 목련이 수줍게 피워있는 모습이 보인다.

매일 아침 신문을 훑어보다 보면 여행사의 광고가 절로 눈에 들어오면서 마음이 설렌다. 한국도 가고 싶고 못 가본 유럽도 가보고 싶어진다.

한국에 다녀온 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의 ‘친절한 복희씨’를 읽으면서 소설에 나오는 사량도라는 섬에 꼭 가보고 싶어서 그때 한국에 도착 하자마자 그곳을 찾았었다. 꽃분홍 도미가 잡히는 사량도를 향해 버스타고 배타고 들어갔다.


섬에 도착하니 부두에서 멸치, 오징어를 팔고 있었고 꽃분홍 도미는 구경도 못한 채 유명하다고 하는 지리산을 올라갔다. 험하고 험했지만 정상에 올라가니 깨끗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렇게도 가보고 싶던 사량도에 와서 설레는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돌아오는 배편에서는 출렁출렁 흔들리는 배안이 어느 순간 노래방으로 변하고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흥에 겨워 춤과 노래로 어우러졌다. 아직 그런 데 익숙하지 않은 나는 선상으로 올라가 마음껏 하늘과 바다를 쳐다보면서 너무나도 오고 싶었던 사량도를 바라보았다.

무엇 때문에 왔는지 생각을 해보니, 그냥 이름이 좋았고 고향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을 하면서 보면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 큰 가방을 끌고 오르고 내린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더욱 더 여행을 하고 싶어진다.

한국에 있는 가족도 그립고 한국의 날씨도 그립다. 진해의 벚꽃도 보고 싶고 제주도의 올레길도 걷고 싶고 다시 한번 사량도에도 가보고 싶다. 버스터미널에서 파는 감자와 우동도 그립다.

그런데 한국에 다녀온 분들은 하나같이 "그래도 미국이 좋아요!" 라는 말들을 한다. 그래, 내가 살고 있는 곳, 가족이 있는 곳, 사랑하는 직장이 있는 곳이 최고야 하고 마음을 달랜다.

어제는 3월 중순에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들고 들어온 커플을 보며 참으로 행복했다. 내가 이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졌다. 평생에 3쌍의 결혼만 성사시켜도 천당에 간다고 하는데 그동안 나는 수많은 커플을 탄생시켰으니…


부모님 둥지를 떠나서 미국 땅을 밟은 지도 30년이 되었다.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행복하다.

몸담고 하는 일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니 재미있고 일 속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 내가 이 일을 안했으면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에서 얻는 기쁨에 만족하며 여행은 또 훗날 언젠가로 미뤄본다. 인생이 여행인 것 같다.


제니퍼 리
듀오 LA지사 커플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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