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다 영재 스쿨 헌터 중.고등학교 입학한 수재
▶ 학원대신 도서관서 살다시피...하루에 대여 한정량 다 읽기도
이주석(18세. 오른쪽)과 주형(14세) 형제의 부모는 “자녀분들이 어느 학교 다니세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목에 힘 좀 주면서 대답할 만하다. 두 아들이 맨하탄의 명문 공립학교 헌터중, 고등학교에 나란히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시안중 최연소로 하버드 종신교수가 되어 큰 화제가 된 석지영 교수도 이 학교 출신이다.
뉴욕에서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수재중의 수재들만 입학하는 이 학교의 명성을 모른 사람이 없기에 “아이구, 좋으시겠어요”라는 부러움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그 다음 질문은 보통 “어떻게 준비해서 보내셨어요?”로 이어지기 나름. 이때 주석, 주형의 엄마가 “별로 한 것 없어요. 그냥 책 많이 읽히고”라고 대답한다면 이건 절대 겸손이 아니고 사실이다. 주석이나 엄마나 시험 보기 직전만 해도 헌터라는 학교의 존재도 잘 몰랐다고 한다.
주석군이 미국에 온 것은 이미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8살. 게다가 학군은 한인이 거의 없던 롱아일랜드였다. 8살 어린이에게 이민 후 3~4년의 기간이란 뉴욕 최고의 영재 중학교 입학을 준비하기는커녕 너무 방황하지 않고 제대로 적응만 해도 다행인 시간이다. 낯선 환경과 부족한 영어, 보이지 않는(간혹은 눈에 보이는) 인종 차별 때문에 어린 나이에 갈등하는 스토리는 이민자 사회에서 너무 흔하다. 주석군도 같은 이유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때 주석군의 가족에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게 많은 공립도서관이었다. 아직 여유가 없어 학원은 꿈도 못 꾸던 형편이라 말 그대로 매일같이 학교가 끝나면 엄마와 아들은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1회 대여 한정량인 21권을 빌려서 보는 것도 예사였다.
어린 시절에 국어를 잘해야 나중에 영어, 수학도 잘 한다는 과학적인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주석군에게도 이 시절의 엄청난 독서량은 가장 든든한 재산이 된 셈이다.주석군은 “똑똑한 애들끼리 살벌하게 경쟁만 하고 재미없게 공부만 하는 학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대학생처럼 수업이 없을 때는 얼마든지 학교 밖 출입이 자유롭다고 하니 일반 사무원보다도 자율성이 부여되는 셈이다.
소수의 학생들이 3년에서 6년씩 함께 생활하니 끈끈한 우정을 유지할 수 있고 경쟁은 하지만 서로가 자극이 되는 관계이지 서로에게 적이 되는 환경은 아니다. 교사의 수준은 당연 최고다. 주석군이 속한 축구부는 지난해 뉴욕시 2부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동생 주형군은 이처럼 ‘꼭 영재학교라서가 아니고 형이 너무나 만족스럽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가고 싶다는 결심을 해서’ 보낸 경우다. 그나마 형에 비하면 학원도 보내고 미
리 준비를 하면서 ‘조금 신경을 쓴 셈’이다. 물론 학원 보낸다고 다 헌터중학교 갈 수 있다면, 시험 성적에 따라 소속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에 한해 응시 자격이 주어지고 그들끼리 또 치열한 시험을 치루는 헌터의 명성도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재질을 타고난 주형군이다.
주석군의 장래 희망은 정치가다. 아직 뉴욕시에 한인 시의원 한명 배출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1.5세들의 정치 도전을 활발해 지고 있으므로 10년~15년 후에는 한인 시의원, 주의원 한, 두명쯤 안 나오리란 법이 없다. 존 리우 감사원장 선거 당시 참여하기도 했고 KCS에서 커뮤니티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 주석군, 올바니의 낡고 부패한 정치 관행에 분개하는 주석군의 얼굴을 보면 열정적이고 개혁적인 젊은 정치인 이주석의 30대 모습이 미리 그려진다.
동생 주형군의 희망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돈을 많이 버는 지는 아직 확실히 모른다. 솔로몬보험 브로커인 아버지(이흥원씨)한테 “보험을 하면 돈을 많이 버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월스트릿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클 것 같다. <박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