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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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교육의 풍경화②

2011-03-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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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회장(뉴욕한인교사회)

(지난주 칼럼에서 계속) 그리고 좀 더 유식한 표현을 빌리자면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줄줄 외워서 시험만 잘 보고 좋은 대학에 가서 비슷한 가정환경과 교육수준을 갖춘 잘 어울리는 짝을 만나 결혼해 천년만년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삶’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높아진 이혼율, 세계 1위의 자살률,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정신질환과 알콜중독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단결하지 못하고 파가 가장 많이 갈라진 국가, 심각한 오염으로 자연이 죽어가는 국가라는 오명을 하나 둘씩 추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을 따라 가려는 현 미국의 ‘교육 개혁’이란 포장 속에서 미국의 교육실정을 분석해 보자.애리조나에서는 반 이민법을 주창하고 주내 학교에서 더 이상 민족학(Ethnic studies)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어떻게 ‘The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다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민족학 교육은 강자도 약자도 없는 완전한 유토피아인 미국이 과거에도 차별이 없었고 노예제도도 없었으며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모두 같은 종교를 섬기며 인디안과 유럽 이민자를 집단학살하거나 그들의 영토를 빼앗지도 않은 국가로 인식되도록 하는 장치다. 올 초 애리조나 투산에서 가브이엘 기포드 연방하원의원이 총격 사건의 피해를 입게 된 것도 아마도 이렇게 착각하도록 교육받고 자란 부작용의 하나는 아니었을까?


미국의 민족학 교육 금지는 마치 일본이 ‘독도는 다케시마’라고 우기고 강제위안부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본인이 피해자라고 역사를 왜곡하고 마치 일본문화가 더욱 우월한 것처럼 치장해 놓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애리조나뿐만 아니라 텍사스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회과목 교과서 개혁도 미국의 발전과 소수민족에겐 아주 위태로운 일이다. 애리조나와 텍사스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곧 뉴욕에도 반드시 몰려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인종 사회의 의미가 없게 될 것이고 미국의 역사 속에서도 억압과 인종차별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없던 일이라는 내용으로 학교에서도 반이민정책의 여파가 미칠 수 있게 된다.
자그마한 한국에서도 지역갈등, 정치 분열, 사회·경제 계층의 분리로 하나 되지 못하고 있고 남북통일일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미주 한인동포의 교육 현실은 어떤가? 그리고 뉴욕에서는 어떤 교육현상이 이뤄지고 있는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뉴욕 일원에서는 한국어가 정규과목으로 꾸준히 개설되고 있다. 한인 후손은 물론, 타인종 학생에게 한국의 얼과 문화를 심어주는 교육이어서 의미 있다. 이는 뉴욕한인교사회가 한국어진흥재단과 함께 밤잠 설치며 수십 만 통의 전자메일과 전화통화, 다양한 홍보설명회와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만나며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서서히 맺은 결실이다.더불어 한인 2세, 3세를 교육자로 배출하는 일도 활성화되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5년 후면 곳곳에서 한인 1세와 함께 영어권 한인 출신들의 교사 인력은 물론, 교장 등 교육행정직까지도 중국인 못지않게 성장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에 뉴욕한인교사회도 한인 동포들의 교육의식 개혁에 앞장설 계획이다. 나만 챙기고, 나만 잘 먹고, 나만 잘 살자는 개인주의를 버리고 서로 돕고, 서로 유익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다함께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학부모연수회와 차세대 교사지망생 교육자 연수회 등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소외 받고 그늘 속에 숨어 사는 장애아를 가진 한인 학부모에게는 빛과 소금의 역할로 특수교육 학부모들을 위한 서비스와 정보제공에도 노력해 오고 있다.

더불어 한국의 고유명절인 설과 추석을 정규학교의 타인종 학생과 교직원에 알리는 행사와 함께 관련내용을 수업교재로 제작해 유태인처럼 설과 추석을 공립학교 정식 공휴일로 만드는 일도 지역정치인들과 협력해 추진 중이다. 교육의 힘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교육 자산은 해외에 사는 한인 후손에게도 자부심과 자존심을 지키면서 넘겨줄 수 있다. 교육의 힘은 유태인들이 미국사회를 쥐고 흔드는 것 처럼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에도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어디에서부터 시작해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지 방향을 확실히 정해 놓고 한국정부와 미주 한인사회가 합심하여 가는 길을 조정해 간다면 보다 나은 한인 지역사회를 일궈 너도나도 동참하며 한인 교육자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한국정부의 지원도 함께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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