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뛰는 금값, 우는 상인

2011-02-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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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15일 현재 금값은 온스 당 1,375달러 50센트. “금값이 온스 당 800~900달러나 한다”며 놀라던 것이 불과 2년 전인데 그 사이 금값은 뛰고 또 뛰며 계속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금값의 상승곡선과 함께 자취를 감춘 것은 돌 반지 선물 전통. 10년 전 45달러면 살 수 있던 한 돈짜리 돌 반지가 이제는 180달러나 한다. 웬만큼 가까운 사이가 아니고서는 아기 돌이라고 금반지 선물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치솟는 금값 앞에서 웃는 사람들이 있다. 일찌감치 금에 투자한 사람들이다. 반면 금값이 뛸수록 시름이 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금붙이 액세서리를 파는 소매상들이다. 금값이 올라 “장사 재미가 짭짤하겠다”고 주변에서는 말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이다.


금값 인상 초기, 전에 싸게 사두었던 재고 물량을 비싼 값에 팔며 재미를 보던 때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곧 이어 닥친 불경기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업주들은 호소한다.

스왑밋에서 14k, 18k 목걸이나 귀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를 파는 업주들은 요즘 “이 비즈니스를 계속 해야 하나 그만 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고 한다. 모두가 너무 비싸진 금값이 사단이다.

우선은 매상 감소. 불경기로 그러잖아도 살림이 빠듯해진 소비자들이 몇 배씩 뛰어오른 목걸이나 반지를 선뜻 집어 들게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고객이 주로 히스패닉인 스왑밋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면서 매상이 이전의 1/3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매상 감소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정말 업주들을 괴롭히는 것은 강도 사건들이다. 남가주 스왑밋에서 20년 가까이 금 액세서리 소매업을 하고 있는 조미정씨는 “이따금 사건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강도사건이 터지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대낮에 주인들이 다 보는 앞에서 물건을 강탈해가요. 대개 10대 후반 청소년 대여섯 명이 망치를 들고 떼로 몰려오지요. 망치로 진열장 유리 깨고 물건들 들고튀는 데 1~2분 걸립니다. 경찰이 신고 받고 출동해봤자 사건은 다 끝난 후이지요.”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이니 업주들로서는 속수무책이고 사건 후 강도가 잡혔다는 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다고 조씨는 말한다. 금값이 비싸서 한줌만 집어도 돈이 되니 강도가 끊이지를 않는 것이다. 아침 10시에 가게 문 열고 저녁 7시에 문 닫을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초긴장 상태라고 그는 말한다.

“어린아이들 손잡고 가족 나들이 삼아 샤핑 나오는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미국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가 싶어요. 이렇게 무방비로 범죄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계속 비즈니스를 해야 하나 밤잠을 설치게 됩니다.”

금값이 계속 치솟는다면 강도 위험 역시 그치지 않을 것이다. 10대 철없는 강도들 눈에 이렇게 쉬운 돈벌이도 없기 때문이다. “같은 업종 한인들의 모임이 없어요. 서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좋은 정보를 주고받고 정부기관에 우리의 어려움을 함께 전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조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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