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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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2세들에게

2011-02-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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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중 칼럼

요즘 같은 취업난에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나서 무엇을 할 생각인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워 하는 건 나뿐만 아니리라 싶다.

이번 겨울방학에 집에 와 있는 동안 아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었다.

우선 평소에도 이상론에 치중하는 면이 있어 진실함과 순수함이 기특하기도 하나 현실감이 조금 부족하진 않은가 염려가 되는 작은 아들아이는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고 그 분야로 사회진출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졸업하면 신학대학원엘 갈까하는 생각이 있다고 해 나를 놀라게 한다.


그 뿐인가 이미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따놓고 마지막 한학기를 여유 있게 보내고 있는 딸아이는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재능도 있어 보여 공부를 더 해 당당히 전문직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대학원 진학을 은근히 바라고 있던 차에,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얘기를 해서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아이 말이 지금은 제가 공부한 것에 흥미도 많이 줄었고 직장 잡기도 어려우니 적당한 일자리를 구해서 한두해 일해보고 공부를 더 할 것인가는 나중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이며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것을 택하는 현명함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의외라는 마음은 여전하고 나름대로 졸업을 앞두고 장래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어떤 충고를 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꽤 오래전, 한 20여년 되었을까 지금과는 달리 눈에 띄게 성공한 여자들이 별로 없을 때였는데 주류사회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던 어느 한인 여성의 말이 떠 오른다.

그 분은 그 때 많은 젊은 여성들 특히 미국에서 자란 코리안아메리칸의 롤모델이었는데, 어떻게 하면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는지 묻는 후배들에게 “남자동료와 선배들에게 예쁘게 보이라”고 충고를 했더니 젊은 후배들이 더욱 애교를 부리라는 말로 오해를 한 것 같아 실소를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때 그의 충고는 맡은 일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고 남자동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여 여자가 갖는 핸디캡을 극복하라는 뜻도 있고 “여성스러움”이 직장에서 더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사회에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은 디지털시대의 첫주자가 되므로 부모의 인도가 불가능한, 아마 장래를 혼자 개척해 가야하는 어려움을 지닌 첫 세대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듯이 이제까지의 보통사람들의 생각데로 현재 인정받는 안정적인 직장도 중요하지만 모험을 해야하는 리스크(risk)가 따르더라도 혁신적인 생각이나 활동으로 지금의 여건보다는 미래에 유망한 직장을 찾아 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금 20대이건 30대이건 앞으로 삼, 사십년 후를 바라보고 그때가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글을 쓰고 있는 필자가 만약 내 자식들이나 우리 2세들에게 연설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던가, 그들이 자주 보는 잡지나 신문, 인터넷 등에 글을 쓸 기회가 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너희들은 실패가 두렵지 않은 좋은 나이가 아닌가! 특별히 순수한 한국의 정서를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는 너희 젊은이들은 살면서 문화와 언어에서 혼란과 어려움을 경험하더라도, 두 문화를 함께 경험하며 성장하는 더 큰 유익함이 있었다. 그리고 현대는 물건을 팔더라도 예전과는 달리 이야기와 혼이 있는 문화를 함께 파는 세상이라고 하니 너희들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를 이을 수 있는 중간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임을 잊지 말고 한국과 미국의 문화와 역사를 익히기에 힘쓰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세상은 인류생존의 기간이 되는 제조업이 역시 가장 중요하지만, 그 위에 디자인이나 광고 같은 서비스업이 뒷받침되어야 실질적인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경우 한국과 미국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두 나라의 교역에 구심점이 되는 것이고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그리고 젊었을 때 많은 경험을 하길 권한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혁신과 창의성은 많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적인 것에 호기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공부해라. 현대는 물리적인 힘보다는 지식과 창의성이 바로 재산이 된다.

그래야 지신감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힘 중의 하나이다. 진정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겸손할 수 있다. 겸손함으로 인간관계를 시작하며 상대에 대해 꾸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를 대하라. 물론 조건이나 배경보다는 본인의 능력이나 인성에 관심을 가지고 호의적인 생각으로 상대방을 대우하라. 그래야 함께 성공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213)272-1234


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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