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의 작은 행복

2011-02-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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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를 맞을 때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통 주고 받는 인사말이다. 작년 여름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2010년 한국 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에서 한국인의 행복지수에 관한 연구발표가 있었다.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63점이었는데 학교 학점기준으로 본다면 D학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OECD 30개 회원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총 생산력과 경제적인 규모로 세계 10위를 달리는데 비하여 행복지수로의 성적표는 세계 50위권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금번 연구결과에 포함된 내용을 보면 한국인들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의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대부분 의무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결론이다. 현 사회에서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며 왕성한 생활을 펼치고 사는 40대 남성들도 자신의 삶의 만족도는 그들이 체험하는 인간관계와 소속 조직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최고 수준의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상대로 실시한 연구결과(베일런트 종단 연구)에 의하면 행복의 요인은 질적인 인간관계와 심리적인 성숙도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외부적이며 화려하게 보이는 경제력이나 양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질적이며 주관적인 행복과 충실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혹은 행복을 이루는 요소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행복을 이루는 첫 단계가 될 것임을 인식하게 된다. 높고 큰 산의 정상에 오르면 큰 성공을 이루고 행복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정상에 오르지만 실망을 맛보는 사람들도 많다.

큰 사업에 성공해서 많은 재산을 모았지만 간단했던 인생이 번잡한 문제들을 체험하며 혼동된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벽 없이 살던 인생인데 큰 재산을 모으고 난 후 높은 벽이 생기고 더 많은 혼잡과 불안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세력이나 재정적인 권력을 행사하며 체험하는 행복도 있을 것이나 그 짧은 권력과 함께 행복은 소멸될 것이지만 작은 이웃에게 베푼 사랑은 뿌리 깊은 행복을 심어 줄 것임을 우리는 인식하며 살고 있다.

흔히 행복은 사소한 곳에 숨어있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격언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은 외적이 아니라 내적이라는 것이다. 화려함도 아니며 소박한 것이리라. 양적이 아니라 질적인 것임에도 틀림이 없다. 그리고 행복은 크고 풍성한 것도 아니며 오히려 작고 부족함 속에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작고 소박한 삶이 좋고 그로 인한 작은 행복도 좋은 것이리라. 그리고 이웃을 향한 작은 손길과 소박한 미소가 아름다운 것 같이, 크고 풍성한 꽃다발보다는 작고 향기로운 작은 한 송이로 인하여 우리는 행복함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리라. 이웃을 돌보는 작은 기쁨으로 행복을 누릴 것을 기대하며 이웃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작은 손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박영환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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