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옛집 꿈을 꾸다’

2011-01-2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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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굽는 냄새 진동하는
비탈진 골목, 늙은 무화과나무 아래
박수근朴壽根을 닮은 낯선 남자가
등 구부린 채
풍로질을 하고 있었다

가라고, 어서 돌아가라고
겨우내 얼음빨래를 한 듯
붉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이제 곧 뒷[陵] 숲에서 여우가 울 때라고
여우가, 여우가 울면
망자亡者들은 길을 잃는다고

쾅, 대문이 닫힌 뒤
담 너머로 작은 상床이 하나 넘어왔다
소금처럼 흰
고봉밥이


전동균(1962 - ) ‘옛집 꿈을 꾸다’

어렸을 적 살던 집, 동네들이 가끔 꿈에 나온다. 그곳에는 물론 돌아가신 이들도 등장한다. 그곳에서 살던 시절로 돌아가서 함께 살았던 이들을 꿈속에서나마 다시 만나보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이리라. 화자는 망자가 돼서 옛집을 방문한다. 죽어서라도 가보고 싶은 곳이라서 그런 꿈을 꾸었나 보다. 하지만 낯선 이의 등만 보이고 옛집은 꽝 문이 닫힌다. 꿈에서조차 마음대로 이루지 못하는 슬픈 꿈을 꾼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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