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임성규(1968 - ) ‘얼음꽃’

2011-01-20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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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슬픔을
양떼처럼 몰고 간다

약해진 폐를 두드리는 긴 울음소리

미명을 견딜 수 없다,
자꾸 네가 보인다
내 생이 얼어붙는 어느 한 순간


바람은 날을 세워 둘레를 에워싸고

길 위에 달빛이 흘러
그 먼 생각을 닦는다

임성규(1968 - ) ‘얼음꽃’ 전문


닭이 울지 않아도 새벽에 일어나 잠을 놓쳐버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닭의 모가지를 베고 잔다”던 노인들의 심정이 되보곤 한다. 양떼처럼 슬픔이 몰려와 울음을 참고 있던 시간도 있었을 테고. 그리운 사람,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 자꾸 보이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생을 얼어붙게 만드는 고독과 절망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명징해지는 생각들을 “길 위에 달빛이 흘러 / 그 먼 생각을 닦는다”고 표현한 이 시조의 종장이 유리창에 핀 얼음꽃처럼 맑고 쓸쓸하고 아름답다.

김동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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